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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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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판을 뒤집다] [上] 정치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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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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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원외(院外) 인사인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 등장으로 이른바 ‘MZ 세대’라는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이 우리 정치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4·7 재·보궐선거로 표출된 이 세대의 정치 변화 열망이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그동안 여권의 절대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가 지난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지향성이 뚜렷한 40대 이상과 달리 이들은 ‘이념’보다는 ‘이익’ 중심으로 투표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줄곧 여권을 지지해오며 문재인 정부와 180석 거대 여당 탄생에 일조했지만, 재작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지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진보에서 보수가 됐다기보다 집권 세력이 이들의 이익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급격한 정치 변화 제1 요인은 팍팍해진 삶이었다. 5년 차 취업 준비생 김현중(30)씨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무리한 공공 기관 정규직 전환 같은 정책에 더해 코로나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취업 문이 너무 좁아졌다”고 했다. 이 세대는 소셜미디어(SNS)에서 “300충(월급이 300만원 미만이라는 의미)도 못 되는 나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서로 자조한다. 최모(27)씨는 “SKY 졸업생도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는 시대인데 이상한 곳에서 균형과 형평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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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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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취직해도 폭등한 집값에 또 좌절하게 된다. 내달 결혼을 앞둔 대기업 직장인 이정희(31)씨는 “선배 세대는 취직도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도 다 누렸는데 내 월급으로는 평생 모아봐야 서울에 집도 사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20여 차례 쏟아냈지만 가격은 올랐고, 대출 규제로 청년층의 부동산 매수를 어렵게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무리 뛰어봐야 기울어진 운동장” “집 한 채밖에 없는 적폐조차 될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이런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게 ‘우리는 되고 너희는 안 된다’는 정부·여당의 이중 잣대였다. 암호 화폐로 인생 역전을 노리던 이들의 반발로 차익 과세 방침에 제동이 걸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시비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등은 공정과 정의 같은 가치를 천착한 이 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 2019년 ‘조국 퇴진’ 서울대 촛불 집회를 주도한 김근태(30·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씨는 “조국 전 장관이나 윤미향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앞으로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듣기 좋은 말을 했지만 실제 모습은 전혀 달랐다”고 했다.

이런 분노는 결국 “정치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평가받았던 ’30대 0선' 정치인 이준석 대표가 미풍에서 돌풍이 된 이유다. 직설적 화법·태도로 2030세대의 어젠다를 앞세우는 그를 지지자들은 ‘준석이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나흘 만에 후원금 1억5000만원 한도를 채웠고 당원 가입도 쇄도했다. 1994년생인 임명묵 작가는 “소셜미디어 문법에 익숙한 그가 능숙한 솜씨로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3월 있을 대선에서도 2030세대가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달아 정치적 효능을 맛본 이 세대의 정치 참여가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0대(X세대)와 50대(86세대)의 표심은 진영 논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2030 세대는 자기들이 중시하는 이익과 가치를 실현할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2030세대가 관심있는 어젠다를 누가 어떻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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