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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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68) 대통령과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모이는 여야 영수회담의 풍경이 과거와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985년생인 이 대표는 1982년생인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39)씨에 비해 세 살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아버지와 막내 아들뻘’인 셈이다. 그동안의 영수회담이 중년 정치인의 회동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평소 백팩을 주로 메고 다니던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 2030세대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란 기대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상당수 청년 정치인은 이 대표를 사실상 ‘대놓고’ 밀었다. 그동안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실제 이 대표가 지난 10여년간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다른 청년 정치인이 관심을 모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청년 몫’이라는 할당제에 따라 할당량만큼의 목소리만 낼 수 있었다. 또한 젊은층의 국민의힘 입당도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청년의 기준’으로 삼아 왔던 ‘만 45세 미만’이란 기준이 과연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였다. 이 대표에 비해 한 살 많았다. 청년의 기준을 폭넓게 잡다 보니 오히려 청년으로 보호받아야 할 2030세대가 ‘무늬만 청년’인 40대 청년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제정된 청년기본법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의도의 시간’은 달랐던 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만 45세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등장이 정치권의 청년 기준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자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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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젊은 대표의 등장으로 당직 인선이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사무총장은 3선 이상, 수석대변인은 재선 이상’ 등 관행적인 인선 원칙이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0선 중진’ 대표의 등장으로 이 원칙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젊은 대표’를 모시기 싫어 상대적으로 고연령인 의원들이 당직을 맡지 않으려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은 “0선 대표의 등장까지는 좋은 일이지만 당장 당직 인선부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이 대표와 국민의힘 바깥 야권 대선 후보 간의 관계 설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의 일치된 의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범야권 대선 주자가 모두 한 울타리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준석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총장,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유승민계라는 게 이유였다. 이른바 ‘대선 경선 버스’ 논쟁도 벌어졌다. 이 대표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경선 버스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고, 경쟁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을 경선 버스에 태운 뒤에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준석(왼쪽) 국민의당 신임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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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선 이 대표가 노골적으로 특정 대선 후보를 편드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 40세 규정 때문에 이 대표가 이번에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지만 차차기 대선 때는 만 40세가 넘는다”며 “이 대표 스스로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려면 내년 대선 때 대표로서 대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이기는 후보’를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바 ‘윤석열 배제 연대’의 다른 한 축으로 지목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복귀도 관심사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윤석열 전 총장을 비토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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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기 대선 위해 이길 후보 밀어줄 가능성”
그런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상호 신뢰 관계다. 이 대표는 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가 원한다면’이란 전제를 달고 “대선 때 김 전 위원장을 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이준석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의 당선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의 ‘경험’을 빌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정당은 후보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원하느냐가 당 복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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