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36) 국민의힘 신임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이를 두고 “모 아니면 도”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대교체의 선봉에 나선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잘 이끌 수 있다면 차차기 대선의 주인공은 이준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가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계파색이 뚜렷한 그가 과연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당내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것에서 비롯된 걱정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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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1년 말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꼽힌다. 이 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유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두 사람은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영남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첫 인사가 될 사무총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따라 대선 경선의 공정 경쟁이 가능할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무총장은 대선 과정에서 당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배분하는 등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자리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을 앉힐 경우 다른 대선 주자들이 모두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6월 4일 당시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국회의원 후보와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서울 노원구 마들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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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인사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점을 두고선 이 대표가 ‘야권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에서 안 대표와 함께 활동했던 이 대표는 이른바 ‘안철수계’ 인사들과 최근까지도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다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가 만약 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고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라며 “제가 안 대표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온 세상이 알기 때문에 조금만 불이익이 나와도 ‘이준석이 안철수를 싫어해서 그런다’ 이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인데, 이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권 통합의 문제는 개인의 사감에 따라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다. 이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6년 4·13총선을 8일 앞두고 서울 월계동 인덕대학교에서 열린 노원병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악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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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즐기는 이 대표의 직설적인 화법 등으로 인한 설화(舌禍) 가능성도 당 안팎에서 꼽는 ‘이준석 리스크’ 중 하나다. 수도권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 시점에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면 그건 바로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비칠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개인이 아닌 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을 견뎌야 한다. 이를 버텨낸다면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정치 지도자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일회용 불쏘시개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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