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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컬러 가전…무채색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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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이라면 가구 사이에서 튀지 않아야 하며, 미니멀할수록 고급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 인생의 스마트한 동반자인 가전의 세계에 컬러링 열풍이 불고 있다. 주방 가전을 필두로 이제 공간 전체를 점령할 태세다.

시티라이프

1. ‌엘지 오브제 컬렉션의 우아한 컬러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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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만 해도 세련된 가전의 대명사는 무채색이었다. 화이트, 실버, 블랙의 삼단 논법. 미니멀한 주거 공간에 고급스러움을 더하려면 무조건 그래야 했다. 스메그의 레드 냉장고, 드롱기의 올리브그린 토스터는 빈티지 터치를 사랑하는 일부 마니아들의 애정템이지 대세는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 사이 기능은 끝없이 상승했다. 겉모습은 비슷비슷한데 그 안엔 최첨단 특허 기술들이 자리했다. TV는 얇아졌고, 냉장고엔 인공 지능 기술이 접목됐고, 청소기는 끝없이 가벼워졌다. 소비자들은 생활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지갑을 열었다. 그 첨예한 기술은 소비자들에게는 조금 골치 아픈 선택지였다. 그 많은 기능이 진심으로 각자의 삶에 온전히 필요한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설명이 필요 없는 소비의 직관성에 눈을 돌렸다. 그게 바로 ‘컬러 마케팅’이다. 세련되고 미니멀한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색깔 옷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열풍의 시작은 아시다시피 삼성 비스포크다. 자기 식대로 컬러를 선택하는 주방 가전이 그 시작.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무채색 일색의 살림살이에 컬러를 더하는 데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획일적인 일상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더 숨을 조여 왔고 그 탈출구로 홈 인테리어가 각광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해 열풍이 불었다. 비스포크처럼 자유자재로 컬러를 선택하는 방식은 불가능하지만, 엘지도 대우도, 모든 가전 브랜드가 연이어 컬러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컬러 가전의 선두자 격인 삼성은 여름을 겨냥해 비스포크 에어컨을 내왔다. 새틴 펀 그린, 새틴 핑크, 새틴 스카이 블루, 새틴 베이지, 새틴 그레이, 그리너리, 씬 옐로 등 무려 일곱 가지 컬러로 프론트 패널을 선택할 수 있다. 엘지 오브제 역시 다양한 컬러로 가전을 채색했는데 격조 있는 뉴트럴 컬러 배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처 베이지, 네이처 브라운 등 차분한 배색이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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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스포크의 무풍 에어컨, ‌슬레이트 블루로 채색한 클라쎄 팝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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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마이너스제로의 컬러풀한 선풍기, 쿠첸의 핑크 밥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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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연결한 워시 타워. 여름을 겨냥해 야심 차게 밀고 있는 제품인데, 컬러 매치가 고급스러워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클라쎄의 팝 에디션 공기 청정기와 전자레인지도 눈길을 끈다. 올해의 트렌드 컬러인 슬레이트 블루를 선택해 세련됨을 가미했기 때문인데, 어디서도 보기 힘들던 컬러 차트다. 여름 필수품인 선풍기 역시 백색 가전에서 탈피하는 추세다.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선 핫 아이템이었던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의 라일락 컬러, 옐로, 올리브그린 선풍기가 올해 들어 더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는 식기세척기, 정수기, 심지어 밥솥까지 컬러 옷을 입고 시장에 등장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무채색 가전에 비해 공간 내 스타일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짐이 많고 좁은 아파트 살림일 경우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컬러를 잘 쓰고, 자유롭게 하지만 조화롭게 물건을 배치하는 유럽식 인테리어를 어려워하고, 미니멀과 북유럽식 인테리어에 열광하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실현 가능한 현실적 인테리어 팁이 있다면, 짐 정리다. 무조건 싹 다 치워서 공간에 여백을 만들고, 알록달록한 컬러를 삭제하는 것만이 그나마 이 컬러풀 가전과 사이 좋게 오래도록 지내는 길이 될 것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삼성전자, 엘지전자, 쿠첸, 클라쎄,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3호 (21.06.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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