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성공비결
‘픽코마’ 작년 일본 만화앱 매출 1위
“한국형 웹툰모델인 회당 판매 적중
기다리면 무료도 이젠 다 따라해”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 김재용 대표. [사진 카카오재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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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만화 앱 ‘픽코마’의 성장세는 “놀랍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앱 시장에 선을 보인 첫해인 2016년 판매액 1억 4900만엔(약 15억원)에서 2018년에는 62억 5000만엔(약 637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엔 376억엔(약 382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작년 일본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 게임을 제외한 앱 중 매출 1위다. 앱 출시부터 이를 이끌어온 인물이 카카오재팬의 김재용(45) 대표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만화 강국’ 일본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서 가능했던 것도 있다”고 했다. ‘픽코마’가 출시될 당시 일본에는 메차코믹스, 라인 망가 등이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성장세를 타던 시점이었다. “당시 일본도 많은 분야에서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됐지만, 만화 시장은 비교적 느렸어요. 후발 주자지만 충분히 성장할 공간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픽코마의 차별화 전략은 ‘한국형 웹툰 모델’이었다. 출판만화를 파일로 변환해 ‘권 단위’로 판매하던 기존 앱들과 달리 ‘회차 연재’,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등 한국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처음엔 권 단위가 깔끔한데 왜 귀찮게 회별로 다시 쪼개느냐, 이미 돈을 내고 만화를 보는 게 익숙한 일본 독자에게 ‘기다무’가 먹히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죠.”
김 대표는 “앱 만화는 철저히 휴대폰용 오락”이라는 신념으로 이들을 설득했다. 일상에서 짬이 날 때마다 잠깐씩 읽는 휴대폰 만화는 권보다는 회당 판매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기다무’는 기대심리를 자극해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픽코마의 성장은 이런 전략이 효과적이었음을 의미한다. ‘고단샤’ ‘슈에이샤’ 등 일본 대형출판사가 ‘회 판매’에 동의해 픽코마에 작품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다른 만화 앱들도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 웹툰의 특별한 매력을 알린 것도 큰 성과였다. 현재 픽코마에 있는 만화 6만여 작품 중 세로 스크롤로 진행되는 ‘한국 웹툰’은 600여점으로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 출판 만화를 디지털화한 형식이다. 하지만 전체 판매액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로 높다. “아직 일본 만화의 근간은 출판이에요. 하지만 웹툰 형식이 읽기 편하다, 속도감이 있다 등 차별화되는 장점을 알아보는 독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영문학·경영학을 전공하고 네이버가 일본에 설립한 NHN에서 평사원부터 센터장(이사)까지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콘텐트 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그는 “유저별로 작품 메인 화면 그림을 다르게 보여주는 등, 이용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독자적으로 설립한 스튜디오를 통해 웹툰 작가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라며 “창작자와 플랫폼, 독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작품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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