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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T업계 잇따른 노동문제

네이버 직원들은 '블라인드'라도 있지…호소할 곳 없는 '스타트업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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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머니투데이

/삽화=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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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남성 A씨는 근무하던 스타트업에서 지난해 퇴사했다. 이유는 창업자이자 대표의 '갑질'이었다. 입사하자마자 지원했던 것과 다른 영상 제작을 시키더니 "그런 능력으로 어떻게 여기에 입사했냐"고 다그쳤다. 사수였던 팀장이 퇴사하며 일을 배울 사람도 없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무능력하다며 모욕을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임직원이 20명도 안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이런 문제를 상의할 사람은 없었다. 관련 조직도 없어 속으로 삼켜야 했다. A씨는 스트레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입사 두 달 만에 불면증 약을 처방받았다.

A씨는 "다른 직원에게 대표이사의 갑질에 대해 말하니 '대표가 원래 좀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연봉결정, 인사권 등 전부 대표가 갖고 있어 퇴사 말고는 답이 없었다"고 했다.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직장 문화가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라고 알려진 스타트업에서도 '직장 내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최근 네이버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카카오 임원의 폭언 사실이 폭로된 것 등을 계기로 스타트업 내 갑질 신고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 내 갑질은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IT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B씨는 "대표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며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그만둔 직원만 여럿이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력직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한 C씨는 "파트장이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과 같은 인턴이 하는 업무를 줬다"며 "유학파 직원을 채용한 뒤에는 제가 하던 팀장 업무를 맡겼는데 굴욕감이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원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며 대표이사에게 해당 사실을 털어놨지만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D 씨의 경우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봉이 40% 삭감되고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D씨가 재직 중인 회사 대표는 "생산성이 낮아 야근을 해야 한다"며 야근과 휴일 출근을 강요했지만 추가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최모씨(28)는 "조직 구성은 스타트업인데 분위기는 관료적인 곳이 많다"며 "대표이사 본인이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 와서 창업해 그 문화를 답습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를 키워야한다는 압박감에 폭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각종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상황이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라 되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며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갑질 피해 구제 방법은 규모가 작을수록 열악하다. 직장인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으로 고발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A씨는 "큰 기업들의 경우 조직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SNS 등에 해당 사실에 대해 폭로하면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스타트업은 그런 경로도 막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이 사용자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조직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세한 스타트업의 경우 노조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직원 대표를 통해 고충을 대표에게 전달하고, 개선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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