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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과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급락한 뒤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선 "많이 떨어졌던데 조금만 사볼까"라는 고민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불과 얼마 전에 지켜봤던 암호화폐들의 최고가들을 생각하면 매수를 한 번 쯤 고민해볼 만하니까요.
이렇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큰 시기에 일반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른바 '대장주'들로 쏠리곤 합니다. 암호화폐가 미래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가치 있고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장 코인'은 단연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회에서 10문 10답을 통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쉽게 보는 비트코인 10문 10답]
비트코인에 이어 독보적 '2대장'으로 수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암호화폐는 '이더리움(Ethereum)'입니다. 코인 투자를 고려 중인 분들이라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사이에서 고민을 한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주변에서 초보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이더리움 관련 질문은 "비트코인이랑 뭐가 다른데?"였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이더리움'에 대한 궁금증을 비트코인과 비교해 간단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상과 목표가 달랐던 두 암호화폐
잘 알려진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암호화폐의 원조는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이 기술을 조금씩 개량한 많은 암호화폐가 등장했는데, 이더리움도 이 중 하나입니다.
이더리움은 러시아에서 출생한 뒤 캐나다로 이민해 성장한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27)에 의해 고안됐습니다. 부테린은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2년 만인 2011년엔 17세의 나이로 '비트코인 매거진'을 창간할 만큼 비트코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꾸려 이더리움 백서를 작성했고 2014년엔 증권 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형태인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한 다음, 2015년 정식으로 이더리움을 선보였습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6년이나 흐른 시점에 등장한 만큼 거래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을 덜 소모하는 등 기술적으로 보완된 측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암호화폐를 개발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비트코인과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을 개발한 익명의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정부나 금융기관 같은 중재자 없이 작동하는 화폐'로 활용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그가 논문을 통해 명확히 밝힌 목표이자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더리움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화폐'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이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인터넷 환경과 기업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인을 인터넷 환경을 위해 쓴다니, 무슨 의미일까요. 이 질문 또한 비트코인과의 비교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전화기' 이더리움은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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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은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s)'입니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결제나 송금 같은 단순한 거래에 활용하기 위해 고안됐지만 이더리움은 거래에서 나아가 일종의 '계약'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는데, 이 계약 기능을 스마트 콘트랙트라고 부릅니다.
스마트 콘트랙트란, 쉽게 말해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암호화폐가 이체되도록 설정하는 기능입니다. A가 B에게 이더리움을 빌려주고 지정한 이자를 받다가 특정 날짜에 상환하도록 하는 일종의 금융 거래도 가능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만 있다면 A가 현실에서 어떤 일을 당했을 때 B에게 자동으로 송금을 하도록 하는 계약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완전히 디지털화, 자동화된 계약은 전 세계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분산돼 기록되므로 위·변조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한 계약이라고 부를만합니다.
'계약'이라는 단어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문서에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행위가 떠오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약은 적용 범위가 매우 넓어 활용할 수 있는 폭의 차원이 조금 다릅니다. 대출이나 예금·보험 등 복잡한 금융 계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계약에 활용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들을 복잡하게 활용하면 '게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내고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거래에서는 실행 가능한 코드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터넷망에 특정 웹사이트나 앱을 올리듯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월한 설명을 위해 "비트코인이 '전화기'라면 이더리움은 '스마트폰'"이라는 비유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앱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쉽게 말해 비트코인은 코인을 담는 '지갑 주소'만 있는데, 이더리움은 지갑 주소와 함께 앱을 담는 '계약서 주소'도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더리움의 앱은 디앱(dApp·탈중앙화 앱)이라고 부릅니다. 이더리움은 일반적인 프로그래밍에서 많이 활용하는 언어인 C++, Java, 파이선, Go 등 대부분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는 범용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상 컴퓨터에서 구동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구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결제나 송금 등 '화폐'로서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됐다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다양한 분산형 앱(탈중앙화 앱)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이더리움은 공개된 블록체인 플랫폼의 이름이자, 이 플랫폼을 굴러가게 하는 자체 통화의 이름인 겁니다. JP모건은 이런 특성에 주목해 "이더리움은 '가상 경제의 중추'"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토큰발행·NFT·디파이...생태계 넓히는 이더리움
비트코인이 최초이자 가장 신뢰받는 암호화폐라는 장점을 내세워 결제 수단으로서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면, 이더리움은 목표대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높은 활용성 덕분에 이더리움이 적용되는 분야는 다양합니다. 우선 2017년께부터 코인 투자 광풍을 이끌었던 수많은 암호화폐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발행됐습니다. 이더리움 토큰은 발행이 매우 쉽고 활용도 또한 높아 많은 기업이 선호했습니다. 이런 토큰 중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인도 꽤 있을 정도입니다.
dAPP의 경우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은 물론 SNS 등 기존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다양한 앱이 분산화된 환경에서 정말 많이 시도됐습니다. 가상의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 '크립토 키티'는 대표적 예로 많이 언급됩니다.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하고 교배시키며 암호화폐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모든 고양이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에 불과한 고양이 캐릭터가 1억원에 달하는 고가에 거래되는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디파이'와 'NFT'에도 이더리움이 활용됩니다.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금융기관 없이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굴러가는 자동화된 금융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자동화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하기에 가능합니다. 실제로 예금이나 대출 등 기존 금융과 유사한 서비스들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유럽투자은행은 1억유로(약 1350억원) 규모의 채권을 이더리움을 활용해 발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인데, 최근에 사용되는 경향을 고려하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토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NFT는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돼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은 물론 디지털 예술품 등조차 소유권을 증명해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이더리움입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NFT 매출은 지난해 4분기 9400만달러(약 1000억원)에서 올 1분기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로 급증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인 바이낸스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해 NFT 시장을 개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더리움이 더 좋은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폭넓은 활용성을 근거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대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술적 우수성을 따져 가며 "이더리움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또한 아주 결정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개발 시기가 6년이나 차이 나는 만큼 적용된 기술 수준에도 분명한 격차가 있긴 하지만, 두 암호화폐 모두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 데다 기술만 놓고보면 이더리움조차 이미 '예전 기술'일 뿐이니까요.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비트코인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이더리움조차 최근 거래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초당 20건 정도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국제 신용카드 '비자(Visa)'의 결제망 네트워크 속도(초당 5만6000건)와 비교하면 빠르다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이더리움은 2022년까지 초당 최대 10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이더리움 2.0'으로 블록체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아마 투자자들이 말하는 '더 좋은' 코인이란 '더 비싼' 혹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코인을 의미할 겁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암호화폐 가격은 전적으로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통해 형성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두 코인 중 어떤 것이 가치를 더 인정받게 될지 예상하기란 힘듭니다.
어떤 코인이 '대장'이 될지는 누구나 궁금해할 만하지만 두 코인이 애초에 동일한 활용 분야를 두고 직접 경쟁하는 암호화폐가 아니라는 점도 앞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지 시장 1·2위라는 사실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볼 때에만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는 두 암호화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존하며 시장을 이끄는 중추적 수단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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