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공판 날 정인양 추모 |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달 초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의 아동학대에 시달린 2세 입양 아동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최근까지도 아동 학대 방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글이 잇따르고 일부는 법제화도 됐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 하루 80여 명…매년 급증하는 아동학대
[그래픽] 아동학대 피해 건수 추이 |
3일 보건복지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발생한 아동학대는 3만45건으로 1년 전(2만4천604건)보다 약 22%(5천400여 건) 늘었다. 하루에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폭력 피해를 본 것이다.
증가 속도도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2011년 6천여 건이었던 아동학대는 3년 후인 2014년 들어 3천여 건 증가해 1만 건을 넘겼다. 5년 후인 2019년에는 3배가량 불어나 3만 건을 넘어섰다.
게다가 경찰서 등 타 기관에서 접수된 건은 반영되지 않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사례만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 반복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아동학대
[그래픽] 통계로 본 아동학대 실태 |
더 큰 문제는 한 아이가 반복해서 학대 피해를 보는 '재학대 사례'도 매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2014년 1천27건, 2015년 1천240건, 2016년 1천591건, 2017년 2천160건, 2018년 2천543건 등 매년 증가하다 2019년 3천431건이었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아동 학대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 학대'도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다.
2014년 4천814건을 시작으로 2015년 5천347건, 2016년 8천980건, 2017년 1만875건, 2018년 1만1천792건까지 증가했다. 2019년에는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1만4천476건을 기록했다.
중복 학대 가운데 신체학대·정서학대가 1만1천611건(38.6%)으로 가장 높았고, 정서학대·방임 1천7건(3.4%), 신체학대·정서학대·방임 909건(3.0%)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9년 4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대 사망자는 2014년 14명, 2015년 16명이었으나 2016년 36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38명이었다가 2018년 28명으로 잠시 감소했지만 이듬해 다시 40명대로 증가했다.
특히 사망 어린이 중 만 1세 미만이 19명(45.2%)으로 가장 많았으며, 만 1세와 만 5세가 각각 5명(11.9%)으로 뒤를 이었다.
◇ 학대 행위자는 가족, 장소는 집
2019년 발생한 아동학대 3만여 건 가운데 학대행위자의 75.6%(2만2천700건)는 부모로 나타났다. 이어 대리양육자 16.6%(4천986건), 친인척 4.4%(1천332건) 등의 순이었다. 가족이 아닌 타인인 경우는 2.2%(663건)에 그쳤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대부분의 장소는 집이었다.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79.5%(2만3천883건)로 가장 많았다.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각각 7.6%(2천277건), 4.6%(1천371건), 0.5%(139건)로 파악됐다.
이밖에 아동복지시설이 1.7%(500건), 기타복지시설이 75건(0.2%)으로 나타났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아동 학대의 특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활 공간과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이라며 "여러 학대가 반복해서 자행돼도 외부로 알려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수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가족이 집 안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 때문에 아동 학대 발생도 증가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피해 아동이 고통을 호소할 창구가 사라졌다"며 "아동 학대를 털어놓을 수 있는 대안이나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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