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격흐름 분석해보니
인플레 공포 속 두달새 반토막
급등세 보이는 금 가격과 상반
“존재 가치는 투자 자산에 한정”
가상자산의 대표주자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의 대체재나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거론되던 가상자산이 폭락하면서 평범한 투자 자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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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비트에 따르면, 가상자산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기준 444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을 넘었던 지난 4월과 비교하면 약 두 달 새 거의 반토막난 셈이다. 가상자산의 열기가 식자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비트코인의 위상이 이처럼 급락한 데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이끌던 논리가 최근 시장에서 철저히 깨졌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은 한때 금융권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언급되곤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가상자산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과 같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자산 성격을 지닐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정작 최근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발표된 이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예상 최고치였던 3.9%를 훌쩍 뛰어넘는 4.2%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가상자산의 가격은 오르기는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시 5만달러대를 오가던 비트코인 글로벌 가격은 현재 3만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가격이 오르는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과 달리 비트코인은 오히려 역주행을 보인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가상자산이 금의 대체재는 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증명되지 못했다. 오히려 금에 철저히 밀리고 있다.
실물화폐로서의 특성을 지닌 금의 가격은 통상적으로 달러의 추이와 반대 양상을 보인다. 최근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자 금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의 수요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간의 금과 가상자산의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이들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엇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금 가격이 오를 때 가상자산 역시 상승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금은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서 고공행진한 반면 가상자산은 곤두박질쳤다. 금 가격은 안전자산인 미국채와 비슷한 추이를 반면 가상자산은 오히려 증시와 상관관계를 보이며 증시의 급락 구간에서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두 자산의 상반된 성격을 증명한다는 분석이다.
임병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새로운 시대의 금으로 여겨지면서 금 시장으로 들어갈 유동성을 일정부분 흡수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최근 행보가 증명하듯 두 자산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며 “비트코인은 헤지 또는 안전자산이 아닌 분산자산이며, 자산성격도 금과는 달라 일각에서 주장하는 ‘뉴 골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나 금 대체재로서의 성격이 증명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의 존재 가치는 투자 자산에 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연구원은 “투자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자산은 금융시장의 다른 어떤 자산과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잘만 활용한다면 금융시장의 위험관리나 자산운용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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