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 하는 차우쇼을루(좌) 터키 외무장관과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 |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 정상이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회담하고 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양측 외무장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다음 달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개별 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 국가 간 소통을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환경·무역·운송 등 다양한 분야 25개 협력안에 합의했으며, 상대국이 발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증서도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덴디아스 장관은 "우리는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일부 심각한 사안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가능한 상황을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도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대화 채널을 되살리는 것은 긍정적인 조치"라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군 호위를 받으며 동지중해 자원 탐사 중인 터키 조사선 |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는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
현재도 두 나라는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그리스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터키 시추선이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여 양국 해군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또 지난해 3월 터키가 "유럽행 난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해 터키-그리스 국경에 대규모 난민이 몰려들었으며, 7월에는 동로마 제국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던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해 그리스의 강한 반발을 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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