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가 최근 급격히 꺾였습니다. 그만큼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는 뜻이지만, 치솟는 가격 때문에 미처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 시기를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뭔지는 잘 몰라도 주변에서 하도 난리라 조금 사볼까 한다"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띱니다.
비트코인을 전혀 모르면서도 일단은 사두고 싶으신 분, 투자 생각은 없지만 대충 어떤 개념인지 정도는 알아두고 싶은 분들을 위해 주변에서 자주 듣는 비트코인 관련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정리해봤습니다.
Q1. 비트코인은 누가, 왜, 언제 만들었나요?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쓴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2008년 개발됐습니다. 처음으로 비트코인이 발행된 건 2009년 1월이고, 비트코인 관련 공식 소프트웨어인 '비트코인 코어'는 2월에 공개됐습니다.
비트코인 공개 당시 나카모토는 "재래 통화의 뿌리 문제는 그것이 작동하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신뢰"라며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어야 하지만, 화폐 통화의 역사는 그 신뢰 위반으로 가득하다"고 기존 금융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시기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은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비트코인 개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합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정부와 같은 중앙 권력이나 금융사처럼 기존에 금융을 지탱해왔던 중재자들 없이도 '개인 간 지불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개발자는 아직도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010년 말 비트코인 프로젝트를 떠난 그는 최대 110만개의 비트코인을 여전히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가치로는 수십조 원에 해당하며, 나카모토가 개인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일겁니다. 그러나 그의 지갑에서는 비트코인이 빠져나간 적이 없어서 매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Q2. 비트코인, 뭘 보고 투자하는 건가요?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가상화폐(암호화폐)들은 확실한 투자 판단의 척도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백서'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업과 관련 투자자 등 여러 조건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하곤 합니다. 코인 시장에서 백서란 일종의 사업계획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기술적인 설명과 더불어 코인의 활용도, 개발 계획 등 청사진이 담깁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9장 분량의 간단한 논문을 통해서였는데요, 인터넷에서 공개된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영어 논문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백서라고 부를 만한 게 없기 때문에 이 논문이 사실상 백서에 가깝습니다.
'논문'이라고 하니 너무 어렵게 들려서일까요? 실제로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주변인들 중 이 논문을 읽어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해보니 일반인들이 읽어볼 만한 부분은 1쪽 분량인 서론과 결론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모두 비트코인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해둔 부분이어서, 사실상 '블록체인' 기술의 원론적 설명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정부나 금융사 등 신뢰받는 제3자 없이도 두 당사자가 신뢰 대신 암호학적 증명에 기반해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 화폐 시스템'입니다.
딱 잘라 말해서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습니다. 내재 가치가 없는건 달러나 원화같은 법정 화폐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정 화폐는 국가나 정부에 대한 믿음이 가치를 유지시키죠.
비트코인이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한 사람이라면 바로 이 특성에 주목했을 겁니다. 비트코인은 믿을만한 정부의 보증 없이도 참여자들의 믿음을 통해 가치를 오래도록 인정받고 있는 최초의 전자 화폐이니까요.
Q3. 그럼 비트코인은 화폐인가요?
▶창시자인 나카모토가 '화폐'를 만들고 싶어했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 전자 화폐를 '디지털 서명의 체인'으로 정의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논문을 보면 특히 나카모토는 '인터넷 기반 상거래'에서의 결제 용도를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카모토는 인터넷 쇼핑할 때 은행이나 카드사를 끼지 않고 쉽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세상을 꿈꿨던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사와 기술 기업들조차 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두기 시작한 현재 시점에서는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자화폐' 용도로 개발됐지만 실제로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가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겁니다.
씨티은행이 글로벌 주요 고객들에게 발송하기 위해 지난달 발간한 월간 보고서는 최근 몇 달 간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근거로 가치 저장 수단이나 화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나비드 술탄 씨티 기관고객그룹 회장은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대체투자 상품"이라며 "만약 대중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다고 믿는다면 지불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개연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른 주요 금융사도 유사한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Q4. 비트코인 작동 원리는 뭔가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가상화폐입니다. 사실상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는 블록체인 기술의 일반적 적용 방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 시스템 없이 분산된 공공의 장부를 계속해서 기록함으로써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거래 기록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하나의 거래에 대한 정보를 모든 블록(장부)들이 기록하고 공유하도록 해 전 세계에 있는 장부를 모두 조작하지 않는 한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한 것입니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결국 시스템을 통제하는 주체가 없으면서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사용자들은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알지 못해도 쉽게 비트코인을 주고받거나 결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용 지갑 앱에 상대방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계좌번호처럼 쓰고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은행이나 카드 결제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거래를 최종 완료하는 데까지 수분 이상 소용될 만큼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는 불편한 점으로 꼽힙니다.
Q5. '채굴'은 뭔가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은 '채굴(mining)'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해서 네트워크의 거래들을 처리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 생성된 비트코인들을 보상받습니다. 채굴은 거래를 처리하고, 네트워크를 보호하며 시스템에 있는 모두의 일체 동기화를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작업은 초기에는 웬만한 컴퓨터의 CPU로도 참여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작업이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난도가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전문화된 하드웨어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업자들만이 채굴자로 남았습니다.
Q6. 비트코인은 최대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데 맞나요?
▶네. 비트코인은 발행될 화폐량이 미리 정해져 있고, 2100만개까지만 발행됩니다. 현재는 1900만개 정도가 채굴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비트코인은 총량이 정해져 있어 희소하다'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2100만개'라는 숫자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최근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 에이브(Aave)의 아지트 트리파티 국제본부장은 씨티은행의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비트코인 개수가 2100만개를 넘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에는 매우 많은 실험과 수학이 적용됐고 이론적으로 바뀔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그가 "비트코인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일을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총량이 완전히 불변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비트코인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고, 이 단위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2100만개라는 숫자는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 1BTC(1비트코인)는 0.00000001BTC까지 분할이 가능한데, 필요시 이 제한을 더 늘리는 것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2100만개'라는 고정된 발행량 자체만 믿고 비트코인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Q7. 비트코인 지갑 주소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못 찾나요?
▶네. 은행 계좌나 인터넷 뱅킹 ID를 잊어버렸을 때와 달리 영영 찾을 수 없습니다. 중앙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만약 사용자가 비트코인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개인 비밀번호를 잃어버린다면 이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잃어버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에 그대로 남아 있긴 하지만 찾아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영원히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유통량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정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는 것은 다른 경우입니다. 거래소 ID와 비밀번호는 잃어버리더라도 업체에 문의해 찾을 수 있습니다.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거래소 업체가 제공하는 지갑에 보관한 경우는 비트코인을 업체 측이 대신 보관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래소 지갑에 비트코인을 갖고 있더라도 잘못된 지갑 주소로 코인을 잘못 전송하는 등 실수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Q8.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보장되나요?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익명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가상화폐가 아닌데다 비트코인 주소, 거래 내역 등이 공개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어떤 거래자가 어떤 주소를 사용해 거래를 했는지를 찾는 게 어려울 뿐입니다. 이런 정보들만 알고 있다면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여러 비트코인 주소를 사용한 소액 거래를 통해 거래자와 비트코인 주소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게 하는 방식이 범죄에 활용된 경우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범죄조직들이 대량의 현금을 운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해외 반출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 등 암호화폐의 특성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이외에 비트코인을 '돈 세탁'하는 기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 자체는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지만 암호화폐 특성을 노려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Q9. 비트코인 캐시·비트코인 골드·비트코인 SV 같은 코인은 뭔가요?
▶모두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가상화폐들입니다. 이 방식은 '하드 포크'로 불리는데, 기존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사용됩니다. 기술적 문제 등이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드 포크를 거치는 과정에서는 체인의 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새로운 코인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드 포크가 일어날 시점에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유저는 동일한 양의 새로운 코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탄생한 암호화폐가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SV, 비트코인 골드 등입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개발자 세력들 갈등과 의견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10. 비트코인은 해킹을 안 당하나요?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여러 문제를 겪었고 기술적으로도 보완돼 왔지만, 아직까지 해킹을 당하지 않고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나 관련 사업체가 보안상 문제를 겪거나 해킹을 당한 경우들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는 비트코인 자체가 해킹을 당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암호화폐 전문가는 현재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해킹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이러한 특성이 비트코인을 가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비트코인의 기술을 모방해 등장한 수많은 암호화폐들 또한 보안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자 컴퓨터 등 획기적으로 발전된 미래 컴퓨터 기술이 등장한 경우에도 여전히 보안상 안전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지만, 아직 양자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고, 한동안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보안상으로는 비교적 안전한 암호화폐라고 봐야하겠습니다.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