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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일본 사죄만 받으면 여한이 없을텐데…” [여전히 힘든 위안부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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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과 거부에 지쳐가는 할머니들

나날이 쇠약해지고 기억 흐려져

자포자기 심정에도 희망 안 버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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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하고 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일본으로부터 사죄는 꼭 받고 싶다.’

세계일보 취재와 정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심경은 이렇게 요약된다. 나날이 몸이 쇠약해지고 기억이 흐려지는 상황에서 할머니들은 본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일본이 사죄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자포자기 심정에도 할머니들은 마지막까지 일본으로부터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아픈 역사를 미래 세대에 알리고 싶어 했다.

2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방안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이뤄진 정부의 심층조사에서 한 할머니는 “일본은 더 이상 사과 등을 안 할 거라서 이제 더 이상 사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할머니도 “더 바라는 것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할머니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심층조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일본의 직접 사죄 표명에 대해) 할머니들이 일단은 포기를 하신 것”이라면서 “이 정도 수준에서 ‘됐다’가 아니고,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싶은데 사죄를 할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할머니의 경우, “일본은 할 만큼 했고,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돈을 피해자들에게 직접 나누어 주면 된다”고 말했다. 할머니를 조사한 관계자는 “‘할 만큼 했다’라는 건 ‘일본이 더 하겠느냐. 내가 내일모레 죽을 텐데’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고, 이 할머니도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돈과 관련해서는 딴 데 쓰지 말고 할머니들한테 사용해 달란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 당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집행할 목적으로 세워진 재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고, 외교부 조사를 거쳐 2019년 1월 재단 설립이 취소됐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정부 심층조사에서 제외된 할머니들도 일본의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옥선(93) 할머니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우리를 끌고 가서 잘못 만들었는데 지금 와서 자기네들 그런 일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돈 문제가 아니라 솔직하게 (일본이) 자기네들 한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대로 말하라는 거”라고 말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일본이 어제 미안해하고 오늘은 그런 적 없다는 식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게 할머니들의 입장”이라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미래세대에게 알리라는 게 할머니들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희경·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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