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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국내외 석학들이 본 블록체인·가상화폐의 미래 “블록체인과 코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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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SNS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전기차에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쓰는 것을 중단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며 이 자산 투자자들이 홍역을 앓았다. 이처럼 가상화폐 인기의 한 축이었던 결제 수단으로서의 새 통화 가치에 대한 의문부호가 켜지자 가상화폐 거품론까지 한꺼번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오랜 연구를 거친 국내외 석학들의 의견은 어떨까.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경영대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고 그는 답변을 통해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로 돈과 인재들이 얼마나 이동하느냐에 따라 향후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중앙 집중화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가 분산해 인증·저장하는 기술로, 최근 금융의 탈중앙화 기술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같은 달 13일 ‘2021 서울머니쇼’에서 ‘블록체인! 돈의 판도가 바뀐다!’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리 교수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금융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열린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수리경제 및 계측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 정치경제대학 박사 출신인 리 교수는 영국 왕실통계협회 공인통계학자이자 싱가포르 블록체인협회 공동설립자, 핀테크 및 디지털 통화에 대한 국제기구의 컨설턴트‧고문이다.

리 교수는 가상자산과 오픈 블록체인은 항상 함께 주목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라도 그 가치는 기존의 장애요소를 얼마만큼 해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면서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으로도 초당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 사회 문제들은 단일 블록체인 또는 기술만으로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정 코인이나 기술만으로는 디지털 금융으로의 완벽한 전환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매일경제

데이비드 리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특정 코인만으로 디지털 금융으로 완벽한 전환 어려워”


그는 이어 “많은 정책 집행자들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는, 독점적인 시장 구조나 감시 자본주의가 없는 체제를 이상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며 “이런 세상은 기존 체제로는 어렵고,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이같은 가상화폐 생태계가 디지털 경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현재의 모습이 탈중앙화된 가상 금융 세계의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다. 그는 “여러 정부가 앞다퉈 글로벌하고 상호운용 가능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구축해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세계의 기업들은 네트워크 확장 비용을 절감하며 새로운 형태의 제3자 중개기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글로벌 분산형 네트워크의 부상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금융 체계를 위해선 기존 통화 정책 기관이나 은행 등 금융사들로 이뤄진 체계로는 힘들다고 봤다.

리 교수는 “기존의 시장 참여자들과 중개기관을 보호하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이 부상하는 중개기관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은행은 인가된 전자지갑(e-Wallet)으로 새롭게 정의될 수 있고, 자산관리기관 및 수탁기관은 개인키 보관기관으로 재정의될 수 있으며 거래소는 인가된 분산형 금융시스템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국가별로 가상화폐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가 중국처럼 암호화 기법을 표준화하고 규제 체제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리 교수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고, 각국은 자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해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 다양하게 대응하느라 그 속도에선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리 교수는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중국은 수년간 암호화폐를 금지해왔고, 아주 최근에 들어서야 암호화폐가 일종의 헤지(손실 위험 대비)수단 또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인식이 비공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그러나 리 교수는 이같은 가상화폐 프로젝트나 인력을 양성하는 국가야말로 이후에 디지털 강국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최근 일부 국가의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캄보디아의 프로젝트 바콩(Project Bakong)과 m-CBDC, 파르티오르(Partior) 같은 프로젝트를 보면, 암호화 기법을 이용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심지어 디지털 위안(eCNY)의 경우에도 비트코인과 유사한 기법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위안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성공은 해당 정부가 젊은 암호화 산업 인재를 활발히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봤다.

그는 이어 “암호화 세계에서 최고의 인재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며 “분산형 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지대추구행위를 줄이고 시장 실패를 예방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탐구해볼 만한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개인의 투자 열풍과 일부 법인들의 투자 움직임에 대해 “그 누구라 하더라도 특히 신규 자산군인 경우에는 어떤 자산군이 연금 수급자들을 위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후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부유해질 것이며 또 어떤 사람들은 전 재산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면서 “우리 앞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을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그것을 경멸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이해가지 않는 것은 최근의 가상화폐 급등락세다.

그는 비트코인의 자산으로서 가능성에 대해선 개인별, 국가별로 다 다르다고 봤다. 리 교수는 “견실한 정부가 있는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비트코인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신뢰기관이 없는 무질서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는 비트코인이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면서 “어쩌면 결국에는 가치가 없는 혼란스러운 사회에 대한 헤지 수단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데이비드 리


그는 가상화폐 가치 논란에 대해 “가상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화폐이며 이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와 어떤 조직이나 기관으로부터 수요가 발생하느냐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그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우리가 변동성을 어떤 지표로 측정하고 있는 지이다”라고 밝혔다.

리 교수는 이처럼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그 가치가 급등락하는 것이지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지금은 우리에게 완벽한 금융 제도와 화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결국에는 그 답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일 것이며, 일종의 가상화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투기적 수요와 자금세탁과 같은 ‘부정직한 돈’이 가상화폐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리 교수는 “투기는 언제나 존재해왔고, 높은 가격 추이는 네트워크 효과나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격이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을 넘어서 상승할 경우에 무너지게 되는 것은 일반 주식 시장이나 자산 시장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거나 또 한 차례의 네트워크 성장이 나타나면 수요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에 투기 수요가 몰렸다 해도 이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가 뒤로 밀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융 소외계층을 줄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며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포용해서 장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파이(분산금융)’를 핵심으로 지적했다. 디파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금융으로, 보통 가상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리 교수는 “제3의 중개기관 없이 대출 신청인과 제공인이 거래해 비용을 절약하고 기존 금융사를 이용하지 못한 개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계약(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기술)’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특혜를 방지할 수도 있다. 그는 “디파이를 이용하면 어느 누구도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해 거래 익명성을 보장하는 가상화폐도 있다. 리 교수는 가상화폐의 위험성도 지적했지만 장점이 더 크다고 봤다. 그는 “익명성 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 기술을 잘 연구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설계할 때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서울머니쇼에서 치아 옥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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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옥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장

“2017년부터 차근차근 가상화폐를 법 테두리에 끌어들여”


치아 옥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장은 리 교수와 함께 싱가포르 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디지털 자산에 앞장서는 싱가포르 정책을 소개하며 아시아에서 그의 위상을 높여왔다. 라이 회장은 “글로벌 허브인 싱가포르가 차세대 금융인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차근차근 가상화폐를 법 테두리 안에 끌어안았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월부터 ‘지불서비스법’을 시행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사업자가 당국 규제를 받게 했다. 싱가포르 DBS 은행은 같은 해 12월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세웠다.

규제는 강화하되 블록체인 기술을 키우는 게 싱가포르의 목표다. 라이 회장은 “싱가포르 규제 샌드박스의 50%가 블록체인 기업”이라며 “회사채와 주식, 부동산 등을 토큰화한 다양한 기업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 협력이 디지털 자산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2021 서울머니쇼에서 강사로 나선 권혁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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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순천향대 교수

“블록체인 활용하는 가상화폐 사고팔 수 있는 글로벌 자산”


국내에선 오랜 기간 가상화폐 세계를 연구한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권 교수는 “블록체인은 혁신이 아니라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화폐는 청산과 결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 글로벌 자산”이라고 했다.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토큰 이코노미’도 탄생했다. 토큰 이코노미란 보상 시스템에 기반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뜻한다. 권 교수는 “메이저 코인과 알트코인으로 나뉜 토큰 시장, 증권형 토큰(STO)의 출현, 부동산·금·미술작품 등을 유동화한 토큰 등이 생겼다”고 했다. 토큰 이코노미에 맞는 새로운 금융사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토큰 보관·관리해주는 커스터디 회사, 거래소, 신탁사 등이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화폐는 다소 다른 개념이긴 하나 문제는 두 축의 화폐 전쟁에서 한국이 후발주자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남들은 디지털화폐를 도입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는데 한국만 ‘큰 불편이 없다’고 현금 거래와 신용카드 결제에 머무를 순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른 나라 디지털화폐가 국내 시장에서 널리 통용됨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중국 등 다른 국가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는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은 전 세계 디지털화폐 패권 전쟁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나아가 국내 통화정책 주도권까지 중국 등에 빼앗기는 부작용을 뜻한다.

이는 원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나 외환위기를 겪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달러라이제이션이 나타난 국가는 통화 주권을 상실하고 결국 다른 국가에 경제적으로 예속됐다.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주도할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4분기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CBDC 준비 상태와 발행 동기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85%가 CBDC를 발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거나 최소한 발행 타당성·적용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의 CBDC가 국내에 유입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자국 통화 이용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것이다.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선진국들조차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는 게 국내외 석학들의 의견이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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