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버스를 타고가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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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12일 오전 4시40분쯤 서울 송파구 차고지에서 버스 한 대가 출발했다. 버스는 강남구 압구정동까지 약 10㎞, 총 25개 정류장을 거쳐 50여분간 운행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멈췄다. 버스기사 A씨의 음주측정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10%,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운전기사의 얼굴이 빨갛고 술냄새가 난다”는 승객의 신고가 없었다면 기사가 만취 상태에서 운행하다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버스 회사의 음주측정관리대장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버스 회사에서 기사의 음주여부 확인을 소홀히 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다. 서울시는 그해 10월 해당 버스회사 차량 16대를 감차하는 행정처분을 통지했다.
버스 회사측은 “적발된 사항에 비해 처분이 과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감차명령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년 여의 법정공방 끝에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감차명령’은 존재하지 않는 처벌에 해당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신 시행령에 명시한 사업일부정지 등으로 재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시 최고 무기징역·최저 3년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한‘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대중교통 운수종사자의 음주운전을 단속할 실질적인 행정처벌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버스기사 등 운수 종사자의 음주 측정이 의무화됐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운송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서울시는 운송사업자가 운행 전 운수종사자의 음주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일부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리도록 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1차 적발부터‘감차명령’이 가능하도록 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차명령시 지자체는 버스 당 지급되는 보조금 지급을 삭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그러나 “법 개정시 다른 지자체 및 관련기관에도 적용되는 만큼 포괄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며, 다른 법과의 형평성도 살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서울시는 관련법 시행령에 명시한‘사업일부정지처분 또는 과징금’ 부과로는 버스기사 등의 음주 단속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준공영제’의 함정이 있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노선·요금조정 등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는 대신 민간 버스회사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적자를 지자체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문제는‘사업일부정지처분’이 준공영제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처벌이라는 점이다. 운송사업자가 사업일부정지처분을 받아 적자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세금을 투입해 그 비용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징금 처벌도 ‘솜방망이’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1회 적발시 과징금은 180만원에 불과하다. 한문철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버스는 새벽부터 운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버스기사가 전날 과음하고 다음날 운행을 하면 대부분 음주운전이 된다”며 “운송사업자는 운행 전 소속 기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음주측정을 해야 하며 지자체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지자체의 행정처분도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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