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중 사건 포함시 피해 규모 6조원 육박
4년간 관련법 통과 안돼…여전한 '회색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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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구채은 기자] 2017년 이후로 가상화폐 관련 범죄행위 피해금액은 매년 수천억원을 넘었다. 급기야 이번에는 4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사기 사건까지 발생했다. 감독할 당국도, 관련 사업을 규정하는 법률도 없는 ‘회색지대’가 계속된 부작용이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 놓인 상태를 바로 잡고 제도권에 편입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가상화폐 관련 범죄행위 피해금액은 총 1조70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던 2017년에만 4674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피해금액이 1693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가상화폐가 재조명받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해에만 7638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도 213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시 가상화폐 가격 급등세가 시작된 올해는 지난달 기준 942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번에 3조9000억원대 사기 사건 금액을 합치면 가상화폐 관련 사기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출처=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및 경찰청, 수사중인 사건은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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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관련법 통과 안돼…'회색지대' 계속
가상화폐를 규정하는 법안도, 업계를 관리 감독할 당국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된 만큼 이 같은 피해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가 발행한 ‘가상화폐(암호통화) 관련 의원 발의 법안’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중 통과된 법안은 없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되는 코인(가상화폐)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시세 조종을 해도 처벌할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앞서 2017년 정부가 신규로 코인을 발행하는 가상화폐공개(ICO)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대부분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리고 꾸준히 코인을 발행했을 정도다.
올해 들어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인 8199만원(업비트 기준, 4월14일)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자 사기성 짙은 업체들도 난무하고 있다. 1000만원 가량에 신규 코인을 발행해준다는 가상화폐 발행 대행업체에도 우후죽순 나타났다. 5000만~2억원 정도만 지불하면 심지어 가상화폐 거래소도 제작해준다는 업체도 발견됐다. 이들에겐 단순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부터 구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현황 파악도 부실…제도권 편입 시급
그럼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안 되는 실정이다. 2019년 초 ICO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대상 기업 22개 중 절반 이상이 답변을 거부했다. 최근에도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조차 윤 의원실에게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이며, 피해사실 고소·고발시 피해자 대표 등이 접수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정보를 모두 파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답변할 정도다.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윤 의원실이 은행별 가상자산 거래소(실명 계좌 발급이 가능한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 제외) 추정·의심계좌 현황 요구에 대해 "별도로 현황을 수집·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윤창현 의원은 "2030의 무모한 영끌 빚투만의 문제로만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평범한 가장들까지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다 정부의 무대책 무책임 무방비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해당 업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근거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은 2014년부터 가상자산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개정하면서 제도권에 품기 시작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기업가치 100조원을 인정받을 정도다. 일본도 2017년부터 가상자산 법제도를 마련해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법을 보완하며 제도권에 편입시켰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업권법’을 통해 명확히 관련 업계와 가상화폐를 규정하는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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