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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악마의 교도소'에 갇힌 미국인 편집장… 美, 미얀마 사태 본격 개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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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4일 미얀마 군부에 체포돼 인세인 교도소에 구금된 미국인 대니 펜스터 프론티어 미얀마 편집주간. 프론티어 미얀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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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만행을 실시간 타전했던 미국 국적의 언론인이 악명 높은 현지 교도소에 구금됐다. 그간 미얀마 군부를 비난했지만, 경제제재에만 주력했던 미국은 자국민 체포 소식에 “단 한 명의 피해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본격적인 개입을 예고했다. ‘민주화 상징’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등장에 이어 미국의 강경 대응까지 점쳐지면서 군부의 입지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미얀마 영문매체 ‘프론티어 미얀마’는 24일 밤 “본보 대니 펜스터(37) 편집주간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붙잡혀 인세인 교도소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안전이 심각하게 걱정되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군부는 즉각 펜스터 주간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매체의 우려는 펜스터가 구금된 인세인 교도소가 악질적 고문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악마의 구멍’이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실제 지난달 인세인 교도소에서 풀려난 한 민주화 운동가는 “들끓는 모기와 굶주림, 채찍질만 난무하는 교도소에서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증언했다.

자국민 보호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은 즉시 협상에 들어갔다. 주미얀마 미 대사관은 25일 군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 “명확한 체포 및 구금 이유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펜스터 주간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쿠데타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현지 외교가 관계자 역시 “미국은 그동안 쿠데타 정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그의 가족, 군 수뇌부 및 군부기업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는 방식으로 현 사태와 거리를 뒀다”며 “하지만 미국민을 풀어주지 않으면 본국 정부가 조율 당사자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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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영방송이 24일 아웅산 수치(앞줄 왼쪽) 국가고문의 재판 모습을 처음으로 전했다. 수치 고문은 분홍색 마스크를 쓴 채 수갑을 찬 상태로 재판에 임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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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변수는 전날 수치 고문의 등장과 맞물려 반(反)군부 투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양곤 대학연합 등 시민세력은 이날 수치 고문의 사진과 성조기를 함께 들고 도심 기습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도 시민들이 “미국이 이제 나설 시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온라인 민심도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시민들은 전날 밤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된 수치 고문의 재판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우리 지도자가 수갑을 찬 것은 말이 안된다. 강대국들은 더 늦기 전에 미얀마에 응답하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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