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얀마군의 포격을 받은 친주 민닷 지역의 민가가 불타고 있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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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선포된 미얀마 친주(州) 민닷 지역이 극도의 혼돈에 빠져들었다. 진압군은 거짓 항복 작전까지 쓰며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다. 반면 시민군에 투항하는 경찰 병력도 속속 늘어 민닷이 쿠데타 이후 미얀마 사회의 축소판이 돼 가는 모습이다.
24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민닷 진압군 일부 병력은 앞서 21일 친주시민방위군(CDF)과의 전투에서 밀리자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든 채 CDF 진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명백한 항복 의사에 CDF는 공격을 멈췄다. 하지만 항복자 뒤에 배치된 100여명의 진압군 본대는 느슨한 분위기를 이용해 로켓포와 자동화 소총으로 총공세를 퍼부었다. 교전수칙마저 어긴 진압군의 기습에 CDF 대원 한 명이 숨지고, 9명이 크게 다쳤다. 인근 전투에서도 진압군은 우의를 입고 피난민 행세를 하면서 CDF에 접근한 뒤 무차별 공격해 시민군 다수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CDF는 이후 4시간 동안 이어진 전투에서 5명의 진압군을 사살하는 등 선전했다. CDF 측 관계자는 “항복 신호를 보낸 진압군에 총을 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공격을 멈췄다”며 “쿠데타 군부처럼 살인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압군의 기만전술에도 지역 치안 유지의 핵심인 경찰은 CDF에 계속 합류하고 있다. 벌써 투항한 경찰관이 12명이나 된다. 이웃주민들의 식량ㆍ생필품 약탈까지 지시하는 군부의 명령을 더 이상 따를 수 없어서다. 이들은 “(경찰) 동료들도 가능한 빨리 시민 품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친주 경찰 100여명은 최근 국경을 넘어 인도 미조람주(州)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최근 친주 시민방위군에 투항한 현지 경찰이 동료들에게 보낸 성명서.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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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주민 고통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군부가 고립 작전을 고수한 탓에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생후 6개월된 아기가 호흡곤란을 겪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21일 뒤늦게 “긴급 조치를 필요로 하는 주민에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군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분노는 다른 지역으로 이어져 시민방위군은 진압군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이다. 전날 카야주 데모소 마을에 이어 이날 샨주 모비엘 마을의 군경 초소도 시민군의 습격을 받았다. 이번 공격으로 두 지역에서 최소 60명의 군경이 사망했다. 이에 진압군은 탱크와 박격포까지 동원, 시민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23일 미얀마 카야 지역에서 시민방위군 공격을 받은 진압군 차량이 불타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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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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