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프라타세비치/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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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당국이 23일(현지시간) 반정부 인사 체포를 위해 외국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 유럽연합(EU) 및 주변국들은 이번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BBC, AFP 등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의 항공기가 이날 오후 3시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했다. 착륙 후 이 여객기에 탑승 중이던 로만 프라타세비치(26·사진)가 벨라루스 당국에 체포됐다.
벨라루스 당국 측은 이 항공기에 폭발물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시켰다고 밝혔으나 수색 작업에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프라타세비치가 체포됐다. 승객 약 170명이 탑승한 이 여객기는 이날 오후 9시 25분께 원래 목적지인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도착했다. 예정된 것보다 7시간 늦은 시각이다.
외신들은 이번 여객기 강제착륙이 야권 인사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단행된 것이라 보도했다. 프라타세비치는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창립자이자 전 편집장으로, 2019년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망명했으며 지난해 벨라루스 당국으로부터 테러 활동 가담 인사 명단에 올랐다. 약 20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넥스타는 반정부 야권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벨라루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비상착륙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 출격까지 명령했다고 한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관련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력규탄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규탄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 정권의 충격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라이언에어 납치 책임자들을 제재하고 프라타세비치는 즉각 풀려나야 한다"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역시 트위터에 "심각하고 위험한 사건"이라면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프라타세비치가 거주 중인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도 이번 사태를 "국가 주도의 테러 행위"라 비판했다. 리투아니아 검찰은 항공기를 납치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EU는 24일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강화를 논의한다.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당선되며 30년에 가까운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80% 득표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야권 인사들은 부정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 측은 반정부 인사탄압 강도를 높이며 다수의 반정부 인사들을 체포해왔다. 프라타세비치와 넥스타를 공동 설립한 스테판 푸틸로도 테러 활동 가담 인사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맞붙었던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브스카야는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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