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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은행들 가상화폐와 ‘거리두기’… 거래소 무더기 퇴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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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우리銀 “위험 커 실명계좌 발급 안 돼”

사고 땐 책임 논란 가능성 커

“선제적 시장 규율 못해 아쉬움”

금융위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환치기 우려 송금한도도 제한

가상화폐 총액 열흘 새 40% 증발

머스크 ‘유체이탈’ 답변 또 빈축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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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가상화폐에 거리를 두고 있다. 몇몇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정했고, 해외 송금한도 제한을 강화하면서 ‘가상화폐 환치기’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선제적으로 규율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등)에게 실명계좌 발급 등의 검증작업에 사실상 불참하는 방향으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앞서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말까지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3개 금융지주 계열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은 공통으로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향후 금융 사고가 터질 경우, ‘투자자들이 은행의 검증과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했으니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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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규제당국인 금융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일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 직원 워크숍에서 직원들은 지난 4년간 추진한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진 금융발전심의회 산업·혁신분과위원장은 “암호화폐 관련 젊은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날 결과가 공개된 금융위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277명 중 51명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를 앞으로 금융위의 주요 과제로 꼽기도 했다.

앞서 은행들이 가상화폐 환치기를 막고자 송금한도를 제한하면서 해외로 송금하는 자금이 이달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이달 22일부터 외국인과 비거주자 중에 최근 30일 송금 누적 금액이 1만달러를 초과하면 비대면 추가 송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비대면 소액 송금에 연간 5만달러 제한을 두던 것에서 월간 제한을 강화한 것이다.

A은행에서는 4월에 휴일이 아닌 영업일에 일평균 1325만달러가 국내외 개인에 의해 해외로 송금됐으나, 이달 들어 20일까지는 영업일당 송금액이 1015만달러로 23.4% 줄었다. B은행은 지난달에 외국인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이 영업일 평균 173만달러였는데, 이달에는 63만달러로 절반 아래가 됐다. 이중 중국에 송금한 금액은 지난달 106만달러에서 이달 29만달러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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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열흘 사이 40% 가까이 증발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 거래소의 자체 시장지수(UBMI)는 23일 오후 3시 기준 8726.42이다. 이달 최고치였던 9일 1만3972.08과 비교하면 2주도 지나지 않아 37.5%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돌발 트윗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여러 차례 뒤흔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투자자들 분노에 ‘유체이탈’ 답변을 내놓아 또 빈축을 샀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에 “충분히 진보한 어떤 마법은 기술과 구별할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가상화폐 투자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당신 때문에 돈을 잃고 인생을 망쳤다”는 비판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즉답을 피한 채 “진정한 전투는 법정통화와 가상화폐 사이에 있다”며 “나는 후자(가상화폐)를 지지한다”고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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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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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상화폐의 대변인처럼 굴던 머스크는 지난 12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돌연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했고 이는 가상화폐 하락으로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가상화폐를 지지한다’는 머스크의 말을 못 믿겠다는 듯 “당신은 더 많은 쓰레기 글로 시장을 뒤흔들 것”, “시세조종으로 당신은 화성 대신 감옥에 갈 것” 등 악플을 남겼다.

김범수·김희원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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