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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슬기로운 수납도구 활용법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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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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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정리가 잘된 집을 보고 있으면 우리 집도 아닌데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아마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볼 때는 우리 집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거나, 내가 몰랐던 정리 노하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리하는 영상이나 사진 속에서 사용된 살림 아이템은 무엇인지,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용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마치 영상 속 물건을 구입하면 정리가 잘되거나 살림의 여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나둘 구입하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하나둘 늘어나는 물건들은 주체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정리전문가로서 수납도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리를 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납도구가 정리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소분 용기를 보고 있으면 “아! 내가 저 소분용기가 없어서 정리를 못 했던 거구나~ 당장 사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바로 주문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문하는 동시에 정리의 달인이 된 듯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실제로 수많은 고객 집을 방문해본 결과 정리전문가인 나보다 고객들이 더 다양한 수납도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수납도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베란다 또는 창고에 빛도 보지 못한 채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돈을 주고 구입했기 때문에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게 되면서 공간들이 하나둘 채워지게 된다. 정리를 위해 구입한 물건이 오히려 정리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수납도구를 구매해야 하는 것일까? 수납도구를 구입할 때는 두 가지 기준에 맞는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첫 번째는 ‘무엇을 정리할 것인가?’이다. 정리하는 물건마다 사이즈가 다르고, 내가 갖고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어떤 것을 정리하기 위해 구입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어디에 정리할 것인가?’이다. 정리할 장소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려고 바구니를 구입했는데 막상 바구니가 들어가지 않거나 수납장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면 이 두 가지 기준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사람마다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고 집 구조, 사용하는 물건들이 다르기에 같은 물건을 구입한다 한들 똑같이 정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여배우가 광고하는 화장품을 구입해도 우리가 여배우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수납도구를 샀는데도 왜 정리를 못할까 자책하는 일을 멈추기를 바란다. 내 삶에 소중한 추억을 쌓길 바라는 것처럼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내가 좋아하고 소중한 물건으로 하나둘씩 채워나가길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리정돈이 아닌 나를 위한 정리정돈, 내 삶에 맞춘 정리정돈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얼마나 채워나가는지보다는 어떻게 채워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내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생각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가보자.

한국일보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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