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으로 10세 소녀 중상
피란민, 식량도 의약품도 부족
군부, 수치 고문이 이끄는 정당 해산
계엄군이 마구 쏜 총탄에 맞아 중상을 입은 미얀마 10세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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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폭발, 총격 등 군부의 유혈 진압에 애꿎게 희생되고, 탄압을 피해 달아난 밀림에선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발병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아이들은 건들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경고도 먹히지 않고 있다. 음식과 의약품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구호단체의 절규만 메아리치고 있다.
21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서부 친주(州)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로 9세 아이가 숨지고 6세 아이가 다쳤다. 폭발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2월 군부의 쿠데타 이후 군인들이 주민들을 해치고 빈번한 폭발이 있었던 걸 감안해 군부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군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숨진 미얀마 9세 아이.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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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선포된 친주 남부의 민닷에선 17일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집에 숨어있던 10세 소녀가 목에 총탄을 맞았다. 군인들이 마을을 점거하느라 총을 쏘아 대는 통에 종일 치료를 받지 못한 소녀는 다음 날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엄마나 조부모를 따라 피란길에 오른 민닷 아이들의 처지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급하게 집을 빠져나오느라 담요와 냄비, 며칠 분의 식량만 챙겨 나왔다. 현재 밀림에 새로 지어진 대피소 7곳엔 8,000~1만 명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아이들과 노인, 여성이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충분한 음식을 제공할 수 없어서 제때 식사를 할 수 없는 피란민이 많다"고 전했다. 식량은 일주일이면 동날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 탄압이 무서워 밀림으로 피한 미얀마 민닷 주민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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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들이 콜레라와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의약품도 없는 실정이다. 숲 속에 숨어 있다가 뇌전증이 재발해 산에서 떨어져 사망한 18세 소년도 있다. 영유아와 임산부는 영양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으나 마땅한 약품이 없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주민들은 수도가 끊기고 병원에 갈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의료 및 인도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군부에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답이 없다. 대신 이날 군부가 꾸린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총선을 부정 선거로 규정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해산시키기로 했다고 미얀마나우가 전했다. 계엄 지역에선 주민들과의 교전으로 희생자만 늘리고 있다. 아이들의 인명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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