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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업계, 유료방송에 송출수수료 적정값보다 5천억 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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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 내쉬협상이론 활용

플랫폼-홈쇼핑간 협상 방안 모색

내년 적정 송출수수료 산출 후

경매 등으로 나눠 갖는 해결법 주장

경제학 모델 적용 의미 있지만

플랫폼 가치·소비집단 특성 무시 한계도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TV홈쇼핑업계와 IP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제 송출수수료 총액이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보다 5000억원가량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방송학회가 공동 주최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김정현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는 고객그룹은 싱글호밍(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하는데 홈쇼핑 업계는 멀티호밍(여러 플랫폼을 선택)을 하는 데서 온다"며 "멀티호밍 이용자인 홈쇼핑으로부터 접근권을 독점하는 경쟁적 병목에서 플랫폼이 지배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두 사업자 집합 간 협상을 위한 적정 송출수수료를 구하기 위해 '내쉬균형' 이론으로 유명한 존 내쉬의 경제학 모델 '내쉬협상모형'을 활용했다. 내쉬 해결방안은 협상에 참여한 경기자의 분배 몫을 모두 곱한 내쉬 곱을 극대화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이후 동일한 몫을 양 사업자에게 배분한다고 볼 때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은 홈쇼핑에게 발생하는 '순증이익'을 절반으로 나눈 값이 된다.


이를 통해 2012~2019년 적정 송출수수료와 실제 송출수수료 총액을 비교한 결과, 2019년 기준 실제 송출수수료 총액은 1조8394억원으로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 1조3022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많았다. 특히 2012년에는 1000억원 남짓했던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갈등 해결 방안으로는 이렇듯 내년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을 정하고 이를 전체 TV홈쇼핑 업계가 한 자리에 모여 경매 등을 통해 나눠갖는 방식을 제안했다. 홈쇼핑사업자 전체의 순증이익을 산정하고, 채널(번호) 등급을 'S', 'A' 등으로 배정하고 번호별 송출수수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결정된 송출수수료를 바탕으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매 등을 통해 번호를 나눠갖는 식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채널 번호 배정과 송출수수료 결정을 위해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가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필요가 없다"며 "갭이 확대되는 것은 송출수수료가 늘어났다는 것으로 얼마만큼 올려야 하느냐 문제에 대해 벤치마크(기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모델은 TV홈쇼핑 업계 갈등 해결방안을 경제학 모델에서 찾았다는 의의가 있다. 다만, 전체 모델과 관련해 플랫폼의 현재 가치가 적절히 산정되기 힘들어 현실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경매 시스템이라는 해결방안에서도 개별 유료방송 플랫폼이 갖는 가치, 개별 채널이 갖는 의미, 지역별 소비집단의 특성, 매년 달라지는 홈쇼핑 회사의 전략 등 현실적 변수가 모두 무시됐다는 지적이다.


이성춘 KT 전문위원은 "순증 가정은 올해 플랫폼이 갖고 있는 현재 가치가 적절히 산정됐다는 가정 하에 내년 송출수수료를 2분의1로 나누는 것"이라며 "미리 합의를 해서 베팅에 나서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미리 알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전략본부장도 "단체협상이 아니고 각각 채널번호의 가치도 다르고 각 플랫폼마다 동일한 매체도 아니다"라며 "채널 번호 사이의 트래픽, 플랫폼별 시청 빈도나 가입자 특성에 따른 구매력 차이, 소비자 거주지 등이 다 달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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