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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만나는 ‘합성한’ 보살님?…화려한 광채의 ‘공주 신원사 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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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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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99호 ‘공주 신원사 괘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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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부처님 주변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광채가 인상적인 괘불이에요. 어떤 분은 광채 위로 모여드는 인물들을 두고 합성한 이미지같다고 하시더군요.”(유수란 학예연구사)

보관을 쓰고 영락으로 온몸을 꾸민 부처. 그로부터 광선처럼 일렁이는 색채가 현대적인 감각을 준다. 그 빛 속으로 제자와 사천왕, 보살들이 모여든다.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자 보살과 천인이 영취산에 모여들었듯, 그 당시 사람들도 이 거대한 괘불을 보려고 사찰 마당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오색 찬란한 광명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구로 이전한 뒤 2006년부터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즈음이면 전국 사찰의 괘불 중 한 점을 선보인다. 올해 전시 주인공은 국보 제299호 ‘공주 신원사 괘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빛을 펼치다-공주 신원사 괘불’ 전을 연다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인 1664년, 나라의 명산으로 이름 높던 계룡산 신원사에 높이 10m에 너비 6.5m, 무게가 100㎏에 달하는 거대한 괘불이 완성됐다. 병자호란이 끝난 지 30년이 채 안 된 때였다. 당시 사람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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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신원사 괘불의 확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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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신원사 괘불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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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신원사 괘불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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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된 지 수백 년이 훌쩍 넘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모습이 잘 남아 있다. 열아홉 폭의 삼베를 이어 만든 대형 화폭 중앙에는 노사나불(盧舍那佛)이 있다. 노사나불은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수행으로 공덕을 쌓아 나타난 부처이다. 화려한 보관과 반짝이는 구슬, 다채로운 무늬로 장식했다.

괘불을 마주하면 중앙에 자리한 노사나불과 부처를 감싼 광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무늬와 숨겨진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다. 부처와 보살, 사천왕과 제자의 품에는 연꽃과 모란꽃, 작은 국화꽃 등 여러가지 꽃과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득하다.

아름다운 장식 무늬와 함께 의미를 더하는 요소도 숨어있다. 천의 자락에 그려진 범자(고대 인도 문자)는 화폭에 신비로움을 더하고, 하늘을 나는 천인이 올리는 복숭아 공양에는 공경이 담겼다. 괘불에 그려진 인물들은 자신의 권능을 상징하는 물건을 들었고, 사천왕도 방위에 따라 각기 다른 물건을 들었다. 관음보살의 정병은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의 자비를, 지장보살이 든 보배 구슬은 어둠을 밝히고 지옥의 중생을 구원한다는 의미다. 달처럼 청정한 덕을 갖춘 월광보살은 이름처럼 보름달을 들었고, 달 속에는 절구를 찧는 토끼가 그려져 있다. 불심이 없더라도 그림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괘불이다.

괘불 아래쪽에는 시주자와 괘불 조성에 관여한 이들의 이름을 적은 화기가 있다. 충청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응열(應悅)을 비롯해 학전(學全), 일측(一測), 석능(釋能) 등 총 다섯 화승이 그렸다. 응열과 학전, 석능은 이 괘불을 조성한 지 9년이 지난 1673년(현종 14)에 ‘예산 수덕사 괘불’ 조성에도 참여했다.

유수란 연구사는 전시 도록을 통해 “공주 신원사 괘불은 다섯 화승이 그려낸 빛과 색의 향연으로 가득하다”며 “노사나불이 전하는 진리와 그의 위신력은 오색의 빛으로 펼쳐지고, 부처의 광명 속에서 불국토에 자리한 제자와 사천왕, 보살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 세계에 대한 상상력과 화승의 타고난 소질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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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신원사 괘불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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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신원사 괘불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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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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