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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故 이선호씨 사망 12일 만에 대책 없이 작업 재개 요청한 원청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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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평택항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고(故) 이선호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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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꽃다운 청춘에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생을 마감한 고(故) 이선호씨 사건 관련,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원청 업체 ‘동방’이 당국에 작업 재개 요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이 전날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이번 사고 관련 보고서에는 ‘동방이 사고가 발생한 지 12일 만인 이달 4일 노동부에 작업 중지 명령 해제를 요청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불승인 사유는 ‘(동방)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 조치 계획과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노동부 평택지청은 지난달 22일 이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300kg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직후 현장에 출동해 구두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동방이 제대로 된 안전 대책도 없이 작업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고 이선호씨 사고 후에도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동방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원청의 책임도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안 의원실은 전했다.

노동부가 사고 직후인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사고 현장 감독 결과에 따르면 원청은 사업장 순회 점검 등 산재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장 관리·감독 책임자는 컨테이너 날개 전도를 막기 위한 사전 점검 등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컨테이너 해체 작업과 같은 위험 작업은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작업 계획서도 없었다.

노동자가 낙하물에 맞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통로도 없었고 노동자에게 안전모 등의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씨 역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당시 안전모 없이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감독을 통해 적발한 법규 위반 10건에 대해 사법 조치하고 7건에 대해서는 모두 1억9천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고 현장 감독에 이어 산안법 등 노동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동부는 평택항을 포함한 전국 5대 항만의 컨테이너 하역 사업장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지난 13일 고(故) 이선호씨 빈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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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선호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사전 안전관리 뿐 아니라 사후 조치에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조문 드리는 것”이라고 유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이번 사고가 평택항이라는 공공 영역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비상하게 대처해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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