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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연합시론] 정인이 양모 '살인죄' 인정, 아동학대 근절하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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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법원이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 씨 선고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했고 이로 인해 당일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행위로 숨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폭행 후 119 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정인 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애초 장씨에게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이후 공소장 변경을 통해 살인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정했다. 변호인은 살해 의도를 갖고 충격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살인죄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문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다는 게 재판부의 질타다. 우리 사회 내 아동학대 지속 현상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아동학대 근절 노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주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인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공분을 일으킨 만큼 파장도 컸다. 잔혹한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와 추모가 잇따랐다. 이날 법정 주변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많은 시민이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 구형보다 낮은 무기징역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앞서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도 있었다. 지난 1월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월에는 법을 보완해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했다.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즉각적인 조사·수사 착수를 의무화했고,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살해죄를 적용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공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8일 유사한 학대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준다. 양부가 두 살짜리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사건이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학대로 뇌출혈 등으로 심각히 다친 채 발견됐다는 점에서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입양 이후 1년 동안 이뤄져야 할 사후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가정 방문 등을 통한 관리가 더 촘촘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담당자들의 권한과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입양 절차 강화로 꼼꼼한 심사를 적용해 학대 발생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노력도 긴요하다.

아동학대 피해는 비단 입양아동들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입양 가정에서 학대가 발생하는 비율은 0.3%(84건)로 친부모 가정의 57.7%(1만7천324건)에 비해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인 셈이다. 심지어 가해자는 부모가 가장 많고, 아동의 거주지에서 학대 행위가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재판을 통한 단죄는 그것대로 진행하되, 아동 학대 예방과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노력이 지속해서 펼쳐져야 할 이유다. 앞선 사건들에서 드러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동 대처, 구멍이 많은 입양아 사후 관리 등 국내 입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등을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 많은 학대 행위가 개별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고 해서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인 양의 안타까운 희생과 우리 사회의 반성을 교훈 삼아 아동학대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공동체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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