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공분을 일으킨 만큼 파장도 컸다. 잔혹한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와 추모가 잇따랐다. 이날 법정 주변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많은 시민이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 구형보다 낮은 무기징역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앞서 국회에서는 관련법 개정도 있었다. 지난 1월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2월에는 법을 보완해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했다.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즉각적인 조사·수사 착수를 의무화했고,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살해죄를 적용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공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8일 유사한 학대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준다. 양부가 두 살짜리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사건이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학대로 뇌출혈 등으로 심각히 다친 채 발견됐다는 점에서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입양 이후 1년 동안 이뤄져야 할 사후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가정 방문 등을 통한 관리가 더 촘촘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담당자들의 권한과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입양 절차 강화로 꼼꼼한 심사를 적용해 학대 발생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노력도 긴요하다.
아동학대 피해는 비단 입양아동들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입양 가정에서 학대가 발생하는 비율은 0.3%(84건)로 친부모 가정의 57.7%(1만7천324건)에 비해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인 셈이다. 심지어 가해자는 부모가 가장 많고, 아동의 거주지에서 학대 행위가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재판을 통한 단죄는 그것대로 진행하되, 아동 학대 예방과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노력이 지속해서 펼쳐져야 할 이유다. 앞선 사건들에서 드러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동 대처, 구멍이 많은 입양아 사후 관리 등 국내 입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등을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 많은 학대 행위가 개별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고 해서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인 양의 안타까운 희생과 우리 사회의 반성을 교훈 삼아 아동학대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공동체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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