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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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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추행은 인정되나…" 서지현, 안태근 손배소 1심 패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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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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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14일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강제추행은 있었지만 3년 소멸시효 지났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동료 검사의 부친상 빈소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옆자리에 앉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의 강제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의 '인정사실' 부분에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 강제추행에 대해 서 검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소멸시효라는 손해배상 청구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한다.

법원은 “원고측 주장처럼 피고가 원고를 강제추행했다고 할지라도 원고는 강제 추행 당시인 2010년 10월경 이미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라며 “손해배상 청구는 3년이 훨씬 지난 2018년 11월에서야 제기했기 때문에 피고의 강제추행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통영지청 인사는 보복? 法 “재량권 일탈·남용 아니다”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서 검사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서 검사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검사측은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당시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해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있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부당 전보했다고 주장했다. 여주지청과 통영지청은 지방검찰청 소속 지청으로 지방검찰청보다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많아 업무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부치지청(형사부 등 부가 있는 지청)’이다.

재판부는 “2015년 하반기 검사 인사안 작성 당시 경력검사가 부치지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로 근무한 것을 고려해 차기 전보인사에서 해당 경력검사의 인사 희망을 배려한다는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있었다 해도, 이는 여러 인사기준이나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검사 전보인사에서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서 검사를 부치지청에서 또 다른 부치지청으로 전보시킨 것이 검사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 검사는 판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급자를 추행한 사실을 감추고 보복하기 위해 인사원칙에 반해서 부당한 인사조치를 하는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고, 민사상 불법행위도 아니라는 판결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항소심의 상식적인 판결을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서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안 전 검사장은 부당 전보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강제추행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되지 않았다.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재판 1·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지난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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