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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스승이자 엄마, 이제는 인생 선생님” 구몬 선생님과 평생의 인연으로 거듭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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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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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렵고 가계가 무너져도 엄마들이 마지막까지 학습지는 끊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때문에 매주 큰 가방에 새로 건네줄 학습지를 들고 방문하던 학습지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다. 숨긴 교재를 찾아내고, 집에 없는 척해도 매주 문을 두드리며 아이가 본인 몫의 진도를 차근차근 풀어낼 수 있도록 때론 엄마처럼, 때론 매서운 감독처럼 옆에 있어줬던 학습지 선생님.

이처럼 유년 시절 추억 속의 학습지 선생님과 성인이 되어서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초중등 시절 구몬으로 공부를 시작해 현재는 교육학 교수가 된 임의진 씨(34, 진주교대 교수), 그리고 엄마 같은 구몬 선생님에서 평생의 동반자로 제자와 20여 년간 함께하고 있는 윤윤경 구몬 선생님(55, 거여지국)을 스승의 날을 맞아 만났다.

● “학습 습관부터 응용력 잡아주고, 엄마처럼 보듬어 줘”

“사실 처음 구몬을 선택할 때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공부를 하도 안 하니까 엄마가 이거라도 시켜야지 하면서 시키셨거든요. 양심이 찔리지 않도록 뭐라도 하나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학습지는 다음 단계가 있다보니 자꾸 자극을 주더라고요. 실제로 중학교 때 1년을 인수분해 단계에서 벗어나질 못했는데 그 단계를 풀어내질 못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임 씨는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구몬 학습’ 외에 다른 사교육은 전혀 받은 적이 없다. 초등 시절부터 중등까지 학습지만 끈기 있고 꾸준하게 붙잡았다. “반복학습 같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내 것’이 되더라고요. 구몬을 하면서 단계나 속도엔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된 거 같아요. 결국 내것으로 온전히 만드는 게 중요하단 진리를 그때 깨우친 셈이죠.”

교재도 교재지만, 선생님의 역할도 굉장히 컸다. 일터에 나간 엄마가 없는 집은 임 씨에게는 아지트였고, 학습지가 밀리는 건 다반사였다. 어느 날은 선생님이 문을 두드리는데 방에 숨어 없는 척도 했다. 집에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모를 리 없다는 건 그때도 알고 있었다. 화를 내시겠거니 생각했던 선생님은 그날 저녁 떡볶이를 사 오셨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웃는 선생님.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 백 번의 꾸짖음보다 떡볶이가 강했다.

“초등 시절은 엄마의 관심이 필요할 때인데 엄마는 매일 일을 하러 가셨어요. 그때 선생님이 엄마처럼 집에서 복습하는 거, 예습하는 걸 다 봐주셨죠. 중학생이 된 사춘기 시절에도 선생님은 저한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상담 선생님이었죠.” 그렇게 임씨에게는 ‘내가 뭐든 하려고 하면, 배우려고 하면, 선생님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깊어졌다.

이렇게 특별한 선생님과의 인연은 해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도, 박사 학위를 따고 현재 교수로 있는 중에도 서로 연락하며 이어졌다. 엄마가 된 지금은 육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눈다.

“바빠도 일년에 두어 번은 만나요. 선생님을 빼고 제 유년시절을 말할 수 없지만, 현재도 그래요. 이제는 인생 선생님이기도 하거든요. 요즘은 스마트 학습, 비대면 학습들이 많이 나와요. 제가 실제로 그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발달된 기술을 통해 굉장한 학습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님들의 영역을 넘볼 수는 없죠.”

● “책을 좋아하고 자기주장과 강단이 강하던 학생, 성향 파악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갔죠”

장성한 제자가 교수가 되고 가정을 이뤄서 자녀를 가진 모습이 자랑스럽다는 윤윤경 구몬선생님. 지난 20여 년 간 수 많은 회원을 만나온 그녀가 제자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바로 ‘아이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AI가 아이의 학습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해 주는 세상이지만, 아이의 성격은 직접 가까이에서 부딪히고 겪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제자인 의진 씨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에 대해선 열정적이었고, 자기주장과 강단이 있는 성격이었다. 책도 좋아해서 방의 3면이 책으로 쌓여 있었다.

“친구처럼 얘기를 많이 들어줬어요. 대화를 자주 하면서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요즘 고민이 무언지, 이 친구는 어떤 성격인지 등을 알 수 있었죠.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성적이 크게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죠. 계속해서 ‘너는 잘할 수 있다’고 칭찬하면서 동기를 부여해 줬어요.”

학습 습관을 잡아주고 마음가짐을 잡아주는 것, 막힌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그녀의 역할이었다. “스몰스텝 교재라는 게, 꾸준히 차근차근 회원을 성장시켜요.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계속해서 공부하다 보면 지구력과 끈기가 생기죠. 학창 시절이 끝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게 되어도 그 꾸준함을 바탕으로 삶의 태도를 의지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모든 제자들을 응원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그만큼 누군가를 만나는 건 어렵고도 귀한 일이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그 인연을 20여 년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이젠 그 선한 웃음이 닮아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구몬 선생님과 대학의 교수로,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인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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