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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상] 배꼽탈장 딛고 'K팝 댄서' 꿈꾸는 인니 10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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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인 만난 뒤 유튜브로 연습
2년 전 지역 3위에서 올해 최연소 우승
인니 10개 지역 대표들과 '왕중왕' 가려
"부끄럽던 몸, K팝이 자신감·꿈 심어줘"
한국일보

제인 마리아나가 8세 때인 2019년 '별별스타' 술라웨시 지역 예선에서 춤을 추고 있다. 3등으로 최연소 입상했으나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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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인도네시아 소녀가 한국가요(K팝)에 맞춰 춤을 춘다. 압도하는 눈빛과 화려한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유튜브 영상만 보고 3년여간 다진 실력이다. 10개 팀이 경쟁한 술라웨시 지역 예선에서 최근 우승했다.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 주요 5개 섬 중 하나다. 고작 열 살에 최연소 지역 대표가 된 소녀는 올 연말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뽑힌 K팝 춤 고수들과 경쟁한다. 북부술라웨시주(州) 마나도에 사는 소녀와 그의 부모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제인 마리아나는 2011년 1월 14일생이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다. 배꼽 부위 복벽 결손으로 장기 일부가 돌출되는 배꼽내장탈장을 안고 태어났다. 의사 권유에 따라 2018년 뒤늦게 수술을 받은 뒤 완쾌됐다. 수술 전에도 춤을 좋아했으나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즈음 이모의 한국인 친구가 마나도로 놀러 왔다. "음악을 공부하던 분인데 처음 만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 K팝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고, 한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마나도에 살고 있는 제인 마리아나. 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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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고 2~3개월 뒤부터 제인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혼자 춤을 연습했다. 복근 강화를 위해 의사도 마침 춤을 권했다. "처음엔 춤 동작이 낯설고 어렵지만 계속 추고 또 추면 잘 출 수 있게 돼요. 스스로 도전했죠. 제 춤 실력의 한계도 확인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K팝을 사랑하니까 즐겁게 했어요." 매일 춤 연습을 하느라 다른 취미는 없다.

1년이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문화원이 한국문화 재능 보유자를 발굴하는 행사인 '별별스타' 2회 지역 예선에 참가했다. 최연소로 입상(3위)했지만 본선인 '왕중왕'전 티켓은 1등에게만 주어졌다. 제인은 좌절하지 않고 부모와 친구, 이웃들의 응원 속에 다시 춤 연습을 이어갔다. 기어이 올해 온라인으로 치러진 지역 예선에서 오빠 언니들을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꿈에 그리던 본선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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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마리아나가 거울 앞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K팝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제인 제공


소녀는 K팝 덕에 한국이 좋아졌다. "한국의 도시, 음식, 환경, 사람들 모두 흥미로워요. K팝과 드라마를 자주 접해서 한국어를 조금 알고 있는데 더 공부하고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어요." 소녀의 꿈은 전문 댄서다. 장르를 가리지 않으나 힙합이 가장 자신 있다. 소녀시대의 유리, 블랙핑크의 리사, 트와이스의 사나, 배우 문가영을 좋아한다.

소녀의 부모는 K팝을 은인으로 여긴다. 엄마 마르치아씨는 "또래와 달리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 딸이 수술을 받기 전까지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못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춤을 추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했다. 어느 날 학교 경연대회에서 사람들이 딸을 응원하고 격려하자 그 뒤부터 딸이 자신을 믿고 춤에 전념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말수가 적으나 무대에 서면 자신감 넘치는 딸이 부모는 대견스럽다. 아빠는 차를 운전하고, 엄마는 간식거리를 판다.


12월 열리는 별별스타 왕중왕전은 인도네시아 10개 지역 우승팀만 출전한다. 제인은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오늘도 홀로 K팝 춤을 연습하고 있다. 소녀의 엄마가 말했다. "좀체 앉아 있지 않아요."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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