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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퀵, 목숨 건 무법질주… 안전을 배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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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서울 강남구 논현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신호를 위반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이 마치 지금의 우리 현실을 예감하고 만들어졌나 싶을 정도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일상 속 배달 문화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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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신림역 사거리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보행자와 함께 나란히 주행하고 있다. 인도나 횡단보도에서는 오토바이 끌고 걸어가야 한다.


지난 7일 배달 오토바이 이동량이 많은 지역(신림역, 답십리역, 논현역, 강남역)을 찾아 오토바이들의 행태를 오래도록 지켜봤다. 오토바이 운전자(일명 라이더)들이 헬멧을 챙겨 썼지만, 그래도 매순간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 정지선을 지키지 않거나 주행과 신호 위반 사례가 너무 많았다. 보행자와 사고가 날 뻔한 장면도 여러 번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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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달 오토바이가 번호판을 제거한 채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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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주행 중인 한 배달 오토바이의 번호판이 설치물과 액세서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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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주행 중인 한 배달 오토바이의 번호판이 이물질로 까맣게 덮여 있어 식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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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달 오토바이가 후면과 측면에 수건과 액세서리 등을 부착해 번호판을 가리며 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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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배달이 폭증하면서 배달 오토바이 숫자도 부쩍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배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라이더들은 아찔한 불법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는 2019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또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3명 중 1명은 배달 종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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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발견하고 황급히 오토바이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끌고 가는 운전자. 번호판은 일명 순대라 불리는 자물쇠로 가려 놨다.


일부 라이더는 횡단보도를 주행하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발견하곤 황급히 내려 오토바이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주변 다른 라이더들에게도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알려 주며 함께 끌고 가게 하는 ‘의리’도 보였다.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정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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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인도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인파를 뚫고 위험한 주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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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토바이 단속은 쉽지 않다. 무인 단속 장비는 위반 차량의 전면 번호판을 인식하는데, 이륜차는 번호판이 뒤에 있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일이 경찰이 지키고 단속할 수도 없다. 요즘은 시민들의 공익 제보가 많다. 교통안전공단은 ‘교통안전 공익제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신호 위반, 인도 통행, 헬멧 미착용 등 교통법규 위반을 제보하면 포상금 등 인센티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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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신림역 사거리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정지선을 넘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한 오토바이가 역주행하고 있다. 이 오토바이는 후에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유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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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등장했다.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게 훼손하거나 일부러 가리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관리법 10조에 따라 ‘1000만원 이하 의 벌금 또는 징역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지만 번호판을 교묘하게 가리면서 교통법규를 비웃고 있다. 세차를 안 해 더러워도 과태료 대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달 오토바이는 용돈을 벌고 싶은 청소년들의 불안한 알바쯤으로 인식됐다. 지금은 어엿한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세상 변화의 속도를 한눈에 보여 주는 시대적 상징물이다. 문제는 편리함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빠르고 편하지만 다 함께 안전할 수 있는 배달 문화를 어떻게 하면 정착시킬 수 있을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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