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인천 자살률 뚝! 생명사랑 넘치는 건강 도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년새 31.7명서 25.9명으로 줄어

전국 자살률 감소 최우수 지역 선정

고위험군 관리-안전난간 설치 주효

동아일보

인천시와 포스코에너지가 민관 협력으로 ‘태양광발전시설 융합형 자살 예방 안전난간’을 설치한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교.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살률 10만 명당 31.7명(2011년)에서 26.9명(2019년).’

인천시가 2011년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악의 자살률을 기록했으나 요즘은 전국에서 자살률 감소 최우수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2011년 시 산하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하고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자살 예방 사업을 펼친 결과다. 3월부터 정부 지원으로 전국 1호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시범사업’이 본격 추진되는가 하면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생명사랑택시’를 시작으로 ‘생명사랑약국’ ‘생명사랑아파트’ ‘생명사랑학원’ 등 일상에서의 ‘자살 예방 안전망’을 확산시키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택시 운전사가 자살 예방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생명사랑택시’가 540대에서 올해 600대로 늘어난다. 운전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네이버 밴드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의 승객 마음을 돌린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3월 30대 여성 승객을 태운 생명사랑택시 운전사 A 씨의 기민한 대응은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하루 30명가량의 승객을 맞이한다는 A 씨는 이불 보따리와 쇼핑백을 들고 탄 여성 승객의 낌새가 이상해 어떤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을 유심히 들었다. 승객이 “나 진짜로 언니 집으로 가도 돼?”라며 휴대전화를 끊자 A 씨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손님,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있지요. 어려운 일이 있으면 편안히 다 말씀해 보세요.”

승객은 보이스피싱 사기, 파혼으로 인한 가정사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사실 극단적 생각을 갖고 집에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생명사랑택시 명함을 건네주었고, 이후 몇 차례 연락이 온 끝에 그 승객은 인천시 자살예방센터의 도움을 받게 됐다. SNS엔 이 외에도 인천대교에서 막무가내로 내려달라고 떼쓰던 승객을 경찰에 인계하는 등의 여러 사례가 있다.

인천시는 해마다 1기수에 100대 안팎의 생명사랑택시를 선발해 운전사를 상대로 기본교육 및 정기 보수교육을 하고 있다. 운전사들은 아무런 활동비도 받지 않지만 이웃을 살리려는 사명감으로 무료 봉사하고 있다.

시는 수면제 등을 과다하게 사려는 고객을 접할 수 있는 약국에도 이런 역할을 맡기고 있다. 지난해 1차로 128곳의 약국을 ‘생명사랑약국’으로 지정해 생명사랑택시와 유사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올해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교육청과 협력해 ‘생명사랑아파트’ ‘생명사랑학원’을 선정해 주민 또는 학생 밀착형 자살 예방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이와 별도로 3월 29일부터 인천지역에서 응급실과 응급센터가 있는 병원 전체 21곳을 연계해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2년간 추진하고 있다. 자살 기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본인의 동의 아래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등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운영하는 7개 병원으로 연결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해주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살 기도 환자에 대해 1년간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심층 평가, 사례 관리 계획 수립, 응급 관찰 등의 의료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시범 성과를 보고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자살률을 10만 명 기준 매년 1명씩 줄여 지난해 25.9명에서 2025년 20.9명까지 개선하기로 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