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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정신상태 온전치 않은 상태” 경복궁 낙서모방범 징역형 집행유예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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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해 12월 스프레이로 낙서가 된 경복궁 담벼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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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12월 경복궁 낙서 사건이 벌어진지 하루만에 모방범죄를 저지른 20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신병력 등을 고려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생활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최경서)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모(2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3년의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보호관찰관에게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내용을 보고할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했다.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은 설 씨는 두 손을 모은 채로 선고를 들었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 정신질환을 앓아오던 중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고 범행에 이르렀다. 심신미약에 이르지는 않았어도 정신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정신과적 치료와 약 복용으로 범행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참회하고 있다”고 했다.

설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1차 경복궁 낙서 사건이 벌어진 뒤 다음날인 17일 모방범죄를 저질렀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썼다. 설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글을 올리고, 다음날 종로경찰서에 자수하며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복궁 낙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모방범죄가 발생한데다 설 씨가 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 씨의 성장 환경, 범행 당시 정신적 상태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문화 유산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줘야하는 것으로 문화 유산 보존은 필수적”이라면서도 “죄질이 불량하지만 피고인 개인에게 적합한 형을 내리기 위해 여러가지를 살펴봤다”고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설 씨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까지 우울증 등으로 진단받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범행 한 달 전인 2023년 11월경에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았으나, 범행 즈음에는 임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년기 부모의 다툼과 이혼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으며 힘들게 성장했다. 성년 이후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았다”며 “그럼에도 새벽까지 배달전문 식당에서 일하는 등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해왔다. 사회로부터 격리해 처벌할지, 사회 내에서 개선하고 교화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적합한지 재판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경복궁 낙서 복구 비용이 1차 낙서범에 비해 낮은 1900만원에 해당하고, 설 씨의 보호자가 이를 문화재청에 배상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수억원에 이르는 복구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도됐지만 대부분 선행범죄의 복구비용이고 피고인이 저지른 부분은 매우 일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을 선고한 이후 설 씨에게 별도의 당부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죄가 중하지 않아서 석방하는 것이 아니다. 피고인은 은둔형 외톨이처럼 스스로를 격리하면서 사이버 공간 내에서 영웅심 내지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와 교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니 (이를) 돌아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시길 바란다”며 재차 강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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