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1㎜ 벽’ 넘은 감자칩, 두께 반쪽 식감 만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얇으면 부서진다’ 불문율 깨고

오리온 ‘콰삭칩’ 0.8㎜ 선택

출시 한 달 200만봉 판매 돌파

해태는 “건강” 농심 “맛” 차별화

[경향신문]

경향신문

감자칩이 얇아지고 있다. 최대 3㎜의 두께가 일반적인데 1㎜의 벽조차 허물어졌다. ‘얇으면 쉽게 부서진다’는 불문율을 깨면서도 기존 감자칩 못지않은 식감과 풍미를 자아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고 있다.

오리온은 신제품 ‘콰삭칩’(사진)이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봉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한 달간 매출액은 20억원을 넘겼다.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의 히트상품 기준으로 꼽는 월 10억원의 매출을 2배 이상 달성한 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독적인 맛과 강렬한 식감 때문에 ‘홈술족’의 맥주 안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먹을 때 ‘콰삭’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제품명이 ‘콰삭칩’으로 정해졌다. 언뜻 꽃잎처럼 보이기도 한다. 얇은 감자가 튀겨지면서 다양한 비정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콰삭칩의 두께는 0.8㎜다. 오리온이 1988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포카칩(1.3㎜)의 ‘극세 버전’으로, 시중에 나온 감자스낵 중 가장 날씬하다. 씹기도 전에 으스러지면 감자칩은 생명력을 잃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이에 보통 감자칩은 1.3~3㎜ 사이의 두께로 생산되고 있다.

두께가 1㎜도 안 되는 감자칩은 왜 만들려고 했으며 어떻게 탄생했을까.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감자칩의 주소비층인 2030세대가 더 가벼우면서 바삭한 식감을 원한다는 것에 착안해 연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원 평창에 있는 오리온감자연구소는 감자칩 두께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식감과 맛이 달라져 0.01㎜ 단위로 감자를 썰어가며 수십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실험을 했다. 매일 20㎏의 감자를 썰고 70ℓ의 기름을 썼다고 한다. 너무 얇으면 튀겼을 때 검게 타거나 깨지기 십상이었다. 그렇다고 조금만 두껍게 하면 기존 감자칩들 앞에서 차별화를 내세울 수 없었다.

감자칩을 만들 때 감자 품종과 수확 시기별로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감자 고형분의 함량에 따라 튀기는 온도와 시간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실험을 거듭한 결과 감자칩의 두께가 0.8㎜일 때 튀겨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양이 변하며 기존 제품들과는 다른, 가벼우면서도 ‘콰삭’한 식감을 만들어낸다는 걸 확인했다. 두께 0.8㎜짜리 감자칩을 생산할 수 있는 특수공법을 개발했고 설비도 새롭게 도입했다.

현재로선 0.8㎜가 감자칩 두께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오리온 측은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0.8㎜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지만 깨짐 현상이 심해 대량 생산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얇지만 독특한 식감과 맛을 내는 ‘콰삭칩’이 국내 스낵시장에 ‘두께 전쟁’의 불을 지폈다고 본다”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극세 감자칩 생산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나트륨을 절반 가까이 줄인 ‘생생감자칩’이 큰 인기를 끌었듯, 두께보다는 건강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도 “‘수미칩’처럼 다른 업체들의 제품과는 차별화된 원료와 맛으로 승부하고 있기 때문에 ‘콰삭칩’만큼 얇은 감자칩을 생산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