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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금리인상 압박…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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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1년 새 2배나 올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부채질

보복소비 더해져 인플레 우려

금통위, 물가 동향 우려 높아

27일 금리 결정 회의에 주목

인플레 경계 목소리 커질 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무게

세계일보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을 나타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가 덮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이 석유·원자재 등의 일시적 공급 부족과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낮은 데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측면에서 억눌렸던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물가상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인 만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받는 금리 인상 압박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8% 각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이다. 전월 대비로도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국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앞서 한은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들썩이는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유가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2배인 60달러대에 이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가 0.5%포인트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런 국내외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것은 한은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린 이후 7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계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처럼 1년 가까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고, 풍부한 유동성이 결국 물가상승의 연료가 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올 3월 현금·예적금·증권·금융채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 유동성은 3313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2%, 전년 동월보다 11.0% 증가했다.

한은의 고민을 반영하듯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물가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위원들이 부쩍 늘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물가 동향을 우려하며 한은 담당 부서에 물가 전망을 구체적으로 물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소통’을 강조하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1분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안정 이슈에 대해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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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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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는 오는 27일 금리 결정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은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당장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금통위 회의 후 있을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나 위원들이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낼지다.

만약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장일치 동결이 이뤄진다 해도 인플레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게 된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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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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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과 관련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재부 내 거시경제 금융점검회의를 열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공급 부족, 이연 수요 등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에 이어 5월에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를 정점으로 하향 안정될 공산이 크다”며 “노동시장의 정상화 지연 및 고용 없는 성장 등의 구조적 현상으로 서비스물가가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의 생산 차질과 기업의 보수적 생산 활동으로 공급의 ‘병목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상승 압력 역시 단기에 꺼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범수·엄형준·김준영 기자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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