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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T업계 연봉인상 광풍에 인건비 부담 가중…네이버·카카오發 주식 보상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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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넥슨이 촉발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연봉 인상 릴레이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인터넷 포털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덜한 ‘주식 보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포털사 4곳 중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를 제외한 네이버, 카카오, 줌인터넷(239340) 등 3곳이 자사주(스톡그랜트)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임직원 처우를 높이기로 했다.

지난달 19일 네이버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년간 매년 1000만원어치 자사주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후, 카카오도 지난 4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 대상 스톡옵션 200주(2200만원어치)를 3년간 매년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 11일엔 포털 사이트 ‘줌(ZUM)’을 운영하는 줌인터넷이 전 직원에 스톡옵션 3500주(2000만원어치)를 주겠다고 했다. 지난 6일과 7일엔 각각 게임사 크래프톤과 펄어비스(263750)도 자사주 지급 행렬에 동참했다.

조선비즈

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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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인건비 경쟁은 지난 2월 1일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일제히 800만원씩 올리며 시작됐다. 지난 2~3월 넷마블(251270),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036570),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개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넥슨을 따라 줄줄이 800만~2000만원 수준의 전 직원 연봉 인상을 감행했다.

연봉 인상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기업의 자구책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연봉이 오르면 전반적으로 (연봉) 테이블이 높아져 매년 인상 혜택을 볼 수 있고 퇴직금도 늘어난다”며 “향후 이직할 때도 연봉 베이스가 높기 때문에 연봉 협상에 유리해진다. 개발자들에겐 (주식 보상보다) 연봉 인상의 이득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연봉 인상 도미노가 인터넷 포털업계로 번졌지만, 경쟁 방식은 달라진 모습이다. 기업 입장에선 연봉 인상이 불리한 선택지다. 반면 주식 보상은 임직원이 당장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한 번이나 몇 년 동안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담도 더 작다. 특히 바로 처분 가능한 자사주보다도, 최소 2년간 처분이 불가능하고 주가가 올라야만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스톡옵션이 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을 붙잡아둘 수 있고 성과 창출의 동기를 부여하기에 더 유리하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스톡옵션 제도만 운영해왔었지만, 연봉 인상 릴레이가 한창이던 지난 2~3월 직원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추가 보상책으로 자사주 지급을 약속했다. 당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임직원들에게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며 연봉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내비친 바 있다.

카카오도 지난 2월 8일 전 직원에 자사주 10주(455만원어치)를 보너스로 지급했지만 내부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4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 스톡옵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주된 보상이 자사주가 아닌 스톡옵션인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직원들의 박탈감이 더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에 다니는 한 직원은 “네이버의 스톡그랜트는 원하면 바로 현금화라도 할 수 있지, 우리는 한 차례 자사주 보너스를 제외하면 스톡옵션이 전부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양사 모두 “당장 연봉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내부 불만에도 이 기업들은 애초 개발자 연봉이 게임사보다 높았기 때문에 주식 보상만으로도 인재 확보전에서 방어가 가능하다는 게 IT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게임사들은 연봉이 낮았고 이직도 활발했기 때문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개발자 선호 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 인건비 출혈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줌인터넷 관계자는 “인터넷과 게임업계 간 인력 이동이 잦기는 하다”며 “특히 백엔드(Back-end) 개발 업무는 인터넷이나 게임이나 거기서 거기다”라고 전했다. 넥슨 관계자도 “게임 개발자가 (다른 업종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게임사들은 인건비가 (영업)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도 다른 대기업들보다 연봉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연봉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둬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모두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출혈 경쟁의 여파가 한 가지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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