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단독] 칭다오에 K브랜드 ‘짝퉁 매장’ 버젓이…중국 도용 ‘점입가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 등록규제 까다로워지자

덜 알려진 신생 스타트업들 겨냥

온라인몰 브랜드 싹쓸이 도용도

정부 'K브랜드 보호' 창구 활용을


한겨레

국내 디자인브랜드 오롤리데이 정품 상의(왼쪽)와 중국에서 상표권을 무단도용해 만든 위조품(오른쪽). 브랜드명과 고유의 캐릭터(못난이)를 그대로 베껴 만들었다. 오롤리데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편집숍 29CM 등에 입점한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박신후(34) 대표는 지난달 말 사진 몇장을 전달받고 깜짝 놀랐다. 중국 칭다오에 생긴 대형 쇼핑몰에 오롤리데이의 핵심 캐릭터 ‘못난이’를 고스란히 베껴 만든 짝퉁 티셔츠·문구 제품 등으로 채운 매장이 열린다는 걸 알게 돼서다. 이 ‘짝퉁 매장’은 이른바 ‘나이키’를 ‘나이스’로 바꾸는 성의조차 없이 캐릭터 이미지와 브랜드명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오롤리데이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이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 만할 정도였다. 박 대표는 “몇년간 중국에서 위조품을 만들어 온라인몰 타오바오 등에서 파는 것은 100% 막을 수가 없어서 사실 반포기 상태였다”면서도 “상표권을 31개나 등록해 무단도용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 보고 변리사를 선임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표권 브로커들이 ‘아는 사람만 아는’ 국내 신생 브랜드를 겨냥해 상표권 무단 선점에 나서고 있다. 최근 5~6년간 이들 브로커는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식품·패션 상표 등을 중국에 미리 등록한 뒤, 이들 기업이 실제 해외 진출을 고려해 중국 내 상표권 등록을 진행하려 할 때 웃돈을 받아 상표를 파는 방식으로 돈을 챙겼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2천여개 넘게 무단등록해 악명을 떨친 ‘김광춘’이 대표적이다. 설빙, 호식이두마리치킨, 이화수 등의 브랜드가 이런 상표권 브로커들의 타깃이 된 바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브로커들이 국내 기업의 상표권을 도용 건수만 4188건에 이른다.

한겨레

중국 칭다오의 한 대형 쇼핑몰에 오롤리데이 상표와 캐릭터를 도용한 매장이 입점됐다. 오롤리데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중국의 상표법 개정으로 상표 등록 규제가 강화된 데다, 국내 브랜드가 무효심판을 제기해 승소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오롤리데이처럼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가 타깃이 되기 시작했다. 무효심판 판단 근거 중 ‘저명상표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어,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는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브로커들은 무신사나 29CM같은 국내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플랫폼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권영소 한국지식재산권보호원 해외전략팀장은 “프랜차이즈·식품·패션·화장품은 상표권 도용이 잦은 4대 업종이지만, 최근 들어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몰에 입점한 브랜드를 브로커들이 싹 베껴 상표를 등록하는 추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무신사에 입점한 남성 패션 브랜드 한곳은 중국에서 상표권 무단도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비슷한 피해를 겪은 업체들까지 파악해 공동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겨레

중국의 상표 다수선점자(브로커)에 의한 국내 업종별 피해현황. 지식재산보호 종합포털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허당국은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당장 해외진출 생각이 없는 기업이더라도 주기적으로 중국에 자사 상표가 출원이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발견 시점에 따라 대응 방법도 달라져서다. 브로커의 중국 상표 출원일이 한국 상표 출원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조약 우선권 혜택(선출원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의 상표 등록을 저지시키면서 중국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상표를 출원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중국에서 출원이 진행 중인 것을 발견하면 현지 상표 등록 이후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만약 이미 상표 등록이 완료된 사실을 발견했다면, 무효심판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 경우 비용 부담도 크고 기간도 최소 1년은 걸린다.

정부 지원사업을 이용하면 전체 비용의 10~30% 수준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권영소 팀장은 “정부에서 ‘케이(K)브랜드’ 보호 차원에서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의 지재권 분쟁 대응을 지원하는만큼 상담과 지원을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수지 최민영 기자 suji@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부동산정책 기사 보기▶코로나19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