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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정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보다 ‘과세’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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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내년 과세 앞두고 대상자 추출 시스템 개발·직원 교육 나서

거래소 해킹 등 잇단 사고에도…금융위 등은 ‘가상통화’ 인정 안 해

금융 소비자 보호 ‘뒷짐’…제도권 끌어들여 규제, 해외 주요국과 대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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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를 앞두고 세정 당국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한 데 이어 국세청 직원을 대상으로 과세 쟁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과세에 대비해 ‘열공’에 나선 반면, 잇단 사고에도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세청은 최근 가상통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신설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가상통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교육과 함께 개인, 가상통화사업자, 신탁·운용업자, 채굴자 등 주체별로 각각 다른 과세 쟁점이 다뤄질 예정이다. 가상통화를 통한 상속이나 증여, 법인을 통한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과세 문제와 함께 관련 판례 등도 교육 과정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요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가상통화에 대한 세무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와 실시간으로 협업해 개인별 거래 자료를 파악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과세 대상자를 걸러내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고액체납자에 한해 거래소로부터 받을 매매 대금의 반환 청구권(채권)을 압류·추심하는 방식으로만 제한적으로 과세가 이뤄졌다.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과 달리,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가상통화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통화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로는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특정금융정보법’만 시행 중이다. 그사이 거래소에서 해킹 등을 통한 비정상적인 출금 사고가 잇따르고, 거래소에서 매매지연 사태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는 해외 주요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은 2014년 대형 거래소가 약 4억730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해 이용자가 손실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자 가상통화교환업자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2019년에는 해킹에 대비해 이용자의 자산을 안정적인 방법으로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독일도 ‘은행법’을 통해 가상통화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통화거래업자가 가상통화예치금을 예치기관에 예치하거나 피해보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가상통화거래업자 등에 대해 재무상태 및 이용자보호 실태를 연 1회 이상 검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국도 고객의 가상통화를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용자의 인출권 보호를 위해 이행보증가상통화를 의무적으로 보유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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