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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팔레스타인과 연대한 남아공 시민들…"아파르트헤이트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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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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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들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케이프타운 국회의사당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열고 있다. 케이프타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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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착민에 대한 강제 철거를 멈춰라”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

동예루살렘 퇴거 문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이러한 구호가 울려퍼졌다. 녹색, 검은색, 빨간색, 흰색이 들어간 팔레스타인 깃발도 펄럭였다. 뉴스24 등 현지 언론은 11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 국회의사당 앞에서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붓고,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강경 진압으로 대응한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날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는 샌드튼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예루살렘으로부터 1만km 떨어진 이곳에서 시위가 열린 이유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로부터 받아왔던 차별과 폭력이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가한 남아공 시민 타스님 손더스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출신이란 이유로 목숨을 잃거나 피난을 가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며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 현장에 있던 카시피파 아흐마트도 “이스라엘 경찰의 잔인함이 아파르트헤이트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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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이 11일(현지시간) 샌드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샌드튼|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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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는 유럽에서 남아공으로 건너온 백인 세력이 세운 국민당 정권이 1950년부터 40년 넘도록 시행한 인종차별적 법률이다. 당시 흑인들은 직업 선택권 제한, 도시 외곽 토지 소유 금지, 백인과 승차 분리, 공공시설 이용 제한 등의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 흑인과 백인 간 결혼도 금지됐다. 흑인 인권운동을 펼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1994년에 이르러서야 아파르트헤이트가 전면 폐지됐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차별 대우 앙금이 폭발하며 일어났다. 제3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던 1967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며 강제 점령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며 시위를 촉발한 동예루살렘 ‘셰이크자라’ 지역도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점령한 곳이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7일 알아크사 모스크 앞에서 이스라엘의 강제 퇴거 조치에 분노해 반 이스라엘 시위를 벌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섬광 수류탄, 고무탄을 던졌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졌다. 시위대 수백명이 부상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역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 로켓을 쏘아올리며 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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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 위치. 구글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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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지역을 두고 오랜 기간 동안 영토 소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1800년대 후반부터 유대인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나며 이스라엘의 점령 시도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아랍 민족으로 무슬림계가 대부분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유대교가 대부분인 이스라엘 유대인 사람들은 종교·민족적 차이로도 갈등을 겪고 있다.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예루살렘을 점령하며 사실상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차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2002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경계에 장벽을 세운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영토와 거주지를 오갈 때 검문소를 거쳐야 했고, 이산가족이 생기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3년에도 ‘팔레스타인 전용버스’를 만들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진입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이 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자국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 수단을 분리하는 이 제도는 ‘아파르트헤이트’와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시위대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도 팔레스타인 폭력 종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강제 퇴거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석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모하메드 칼리드 의원은 주 남아공 이스라엘 대사 초치, 이스라엘 제품 불매 운동 등을 제안했다. 여당인 ANC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1912년 조직된 정당이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1년 후인 1995년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를 맺었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곳은 138개국이다. 미국과 일본 등을 비롯해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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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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