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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얀마 사태로 선원 교대 못하고 인도發 코로나까지… 동남아 물류망 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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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100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반대 시위와 군경의 유혈 진압이 반복되고 있다. 미얀마 사태 초기 국내 해운업계에선 선원 교대 문제만 걱정했으나, 최근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동남아시아 물류망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 선박에서 일하는 미얀마 국적자는 약 45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선원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많다. HMM(011200)의 경우 전체 외국인 선원 850명 가운데 240여명(약 28%)이 미얀마 국적 선원이다. 팬오션(028670)에서도 미얀마 국적 선원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팬오션의 전체 외국인 선원 대비 약 15% 수준이다.

조선비즈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며 저항의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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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 발생 전과 비교해 선원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선원 교대는 계속 차질을 빚어왔다. 미얀마 국적 선원이 입출국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얀마 전 지역에 ‘철수권고’가 내려지면서 한국~미얀마간 전세기는 주 1~2회 수준까지 줄었다. 그마저도 일정이 달라지거나 미얀마 관공서 업무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미얀마에 선박이 기항해 교대하는 방법도 있으나 항만 운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은 운항 일정을 연기하거나 추가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HMM도 미얀마로 가는 수입 영업을 지난 2월부터 잠정 중단했다. 미얀마 내 대형 화주들도 육상 물류를 이용해 태국을 통해 물건을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원 교대만을 이유로 미얀마에 기항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우리나라 선사뿐만 아니라 전세계 선사들 모두 선원 교대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각국의 입항 규제가 강화돼 앞으로 선원 교대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변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 입항한 이력이 있는 선박과 선원의 입항을 금지했다. 검열 절차가 강화되면 그만큼 선적·하역이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운항 일정이 지연되는 영향도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전세계 선원 150만명 가운데 20만명이 계약 만료 후에도 교대를 못해 선박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해운회의소(ICS)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7월 40만명이 교대 문제를 겪었던 상황보다 더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원들이 1년가량 일한 뒤 다른 선원과 교대하지 못하고 장기간 업무를 이어가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물류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원들의 피로가 누적될수록 선박 운항일정도 차질을 빚고 사고 가능성도 커진다”며 “특히 작은 충격에도 전체 해운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생했던 컨테이너 유실 사고도 교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상하이~싱가포르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57달러다. 지난해 5월 평균 TEU당 174달러보다 5배 가까이 높다. 특히 거리가 더 짧은 동남아~북미 동안 항로 운임이 상하이~북미 동안 운임을 웃도는 등의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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