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현장] '혼자 사는 사람들', 복잡한 캐릭터·연기력·우연이 만든 이야기

'혼자 사는 사람들'의 홍성은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왼쪽부터 차례로). 한국일보 DB

복잡한 캐릭터에 뛰어난 연기력과 독특한 설정이 더해져 '혼자 사는 사람들'이 탄생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늘 혼자가 편한 20대 후반의 주인공 진아(공승연)의 이야기를 담는다. 출퇴근길에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는 파문이 일어난다.

"작품 구상, 고독사 다큐멘터리에서 출발"

홍성은 감독은 작품 구상 계기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자취를 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혼자 사는 게 내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엮이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고독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안타까운 일이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왜 슬프지?'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후 '혼자 사는 삶은 불완전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거기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고 했다.

정다은. 한국일보 DB

"특색 있는 캐릭터 만나 감정 복잡해졌다"

공승연은 진아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진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게 공감이 되면서 안 됐다. (진아의 마음이) 복잡하더라"고 했다.

정다은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를 떠올리며 "'각자 사연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재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맡은 역할인 수진이는 일을 잘하고 싶어하지만 피해를 끼친다. 공감이 되면서도 '왜 이렇게 못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서현우는 "영화가 '혼자 사는 우리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계를 맺으면서도 홀로 놓이게 되는 순간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진아,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겐 관심 없지만…"

홍 감독은 진아와 수진을 상담원을 설정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담원은 감정 노동으로 악명 높은 직업이다. '콜센터 상담원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일에 가장 능숙한 사람이 누구일까'라고 고민하니 진아의 캐릭터가 떠올랐다. 진아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에는 능숙하다"고 했다. "진아는 전화기 속 목소리를 목소리 그 자체로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고도 이야기했다.

서현우. 한국일보 DB

"성훈의 목발, 부상 때문에 추가된 설정"

'혼자 사는 사람들' 속 서현우는 목발을 짚은 채로 등장한다. 그는 "영화를 찍던 당시 다른 작품 촬영을 하면서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 감독님과의 의논 끝에 성훈 캐릭터에 목발 설정을 넣었다. 영화를 보며 목발이 캐릭터와 굉장히 잘 어우러진 듯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 고민 하던 중 상 받아 눈물 났다"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몇 년 차 배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과연 그 연차에 맞는 배우인지 생각하게 됐다. 연기로 시상식에 가거나 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받은 상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상을 받은 건 감독님 덕분이다"라고 했다.

서현우는 "공승연 배우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 밀도 조절이 잘 됐다. 진심을 담아 (공승연 배우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고 밝혀 훈훈함을 자아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