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첫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미얀마 '피의 일요일'의 한 장면. 부상자를 현장에서 돕던 의료진이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군경의 다리를 붙잡고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하고 있다.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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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65) 육군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지 11일(현지시간)로 100일째가 된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군부의 진압으로 사망한 시민의 수는 780명. 소수민족과 시민 반군이 결성되면서 군·경 측 희생자도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이 벌이는 저항도 99일째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외국어 사용에 능통한 젊은 세대는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해외에 알렸다. 군부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 기자에게 접촉하기도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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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진압의 내용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국제 사회는 규탄과 군 관계자들의 해외 자금 동결 이상의 조처를 하지는 않고 있다.
양곤 시민 친 먀 먀(가명)는 중앙일보에 "시민들은 무기가 없고, 군부는 잔혹하다. 초기부터 유엔(UN)이 개입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데 아직도 유엔은 가만히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과 소수민족 무장 군인은 사제 무기를 만들어 저항하고 나섰다.
그간 기자에게 현지 상황을 전해준 외무부 출신 양곤 시민은 "이번에 민주화를 얻지 못하면, 미얀마의 민주화는 끝이라고 생각해 죽을 각오도 했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잔혹한 진압과 유혈 충돌로 점철된 '미얀마의 봄'은 언제쯤 올까. 지난 100일의 기록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 2021.02.01 민 아웅 흘라잉 육군 최고사령관, 쿠데타 일으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육군 최고사령관.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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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육군 최고사령관이 지난 2월 1일 지난해 11월 있었던 미얀마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며 쿠데타를 벌여 정권을 잡았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로,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지 고문을 감금했다.
■ 2021.02.03 군부, 아웅산 수지 고문 수출입법 위반으로 기소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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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09 스무살 생일 앞둔 소녀, 군부 첫 총격 희생자 돼
지난 2월 2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엄수된 한 마 먀 트웨 트위 킨(19)의 장례식.[AP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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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첫 총격 피해자가 발생했다. 20살 생일을 앞둔 19살 소녀 마 먀 트웨 트웨 킨이 머리에 총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19일 사망했다. 군부의 첫 유혈 진압 사망자가 나오면서 시위 규모가 불어났다.
■ 2021.02.15 미얀마 공무원들, 출근 거부로 시민불복종(CDM) 운동 시작
■ 2021.02.26 주 유엔(UN) 미얀마 대사 초 모 툰, 세 손가락 경례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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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 비공개 회의에 "미얀마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고 피력한 뒤 군부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초 모 툰 대사. 다음 날 군부가 초 모 툰 대사를 해임했지만 그는 정당성 있는 유엔 대사는 자신이라며 버텼다.
미얀마 군·경이 시위와 관련 없는 민간인을 향해 총을 겨누며 위협하고 있다.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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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대규모 유혈 진압을 감행하면서 '피의 일요일'로 불린 2월 28일 사망자만 29명이라는 현지 집계가 나왔다. 유엔(UN) 인권사무소 집계로는 18명 사망이다. 미얀마 시위대는 소셜미디어(SNS)로 군부의 유혈 진압 모습을 해외 네티즌과 기자들에게 직접 알리기 시작했다.
■ 2021.03.03 '피의 수요일' 38명 사망…19세 태권 소녀 저항 상징으로
'태권 소녀' 치알 신(19)의 생전 모습.[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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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일요일'에 이은 '피의 수요일'. 39명의 사망자가 나와.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모든 일이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치알 신(19)이 총격을 받고 사망해 시위대의 분노가 커졌다. 치알 신은 평소 '태권 소녀'로 알려졌다.
■ 2021.03.08 미얀마 수녀 시위대 살리려 무릎 꿇어…2명 피격 사망
지난 3월 9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서 안 로사 누 따웅(45) 수녀가 무릎을 꿇고 시위대에게 총을 겨누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모습.[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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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의 안 로사 누 따웅(45) 수녀. 지난 2월 28일에 이어 두 번째로 무릎을 꿇고 시위대를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군·경의 발포로 현장에서 2명이 사망했다. 누 따웅 수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눈앞에서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본 것이 가장 힘들고 충격적이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 2021.03.11 美"미얀마 흘라잉 두 자녀 美내 자산 동결"..英도 추가제재 검토
■ 2021.03.27 시위자 산채로 불태운 '피의 토요일'…누적 사망 450명
군부의 진압으로 114명의 사망자가 나온 3월 27일 밤,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국제 무대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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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포함해 하루 동안 114명이 군부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3월 27일 밤,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눈물을 흘리며 조국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시민이 산 채로 불 타는 폐타이어에 던져지는 등 잔혹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 2021.03.27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규탄의 말들은 공허할 뿐"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관은 27일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규탄과 우려의 말들은 솔직히 미얀마 국민에게는 공허할 뿐”이라며 “긴급 국제 정상회담을 열고, 원유와 가스 등 수입원을 군부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 2021.03.29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미얀마 군부에 "결코 용납 안돼"
■ 2021.03.31 "피바다 임박" 보고에도 유엔 안보리 성과 없이 끝나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는 유엔(UN) 안전보자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이날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발하고 있어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피바다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엔의 개입을 호소했지만 이날 안보리 회의는 즉각적인 합의를 내놓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CNN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에 대해 방어적인 중국이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만장일치로 합의를 해야 R2P를 발동해 유엔군을 파병할 수 있다.
■ 2021.04.01 미얀마 민주진영 “통합정부 구성”… 소수민족 반군 참여 가능성
■ 2021.04.04 부활절 달걀에 '혁명' 새기고 나섰다…또 사망한 미얀마 20대들
미얀마 양곤의 한 시위대가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달걀을 들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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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07 미얀마 군부, 런던 대사관 점거..쫓겨난 英주재 대사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인 쪼 츠와 민(왼쪽 끝)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밤 런던에 위치한 미얀마 대사관 앞을 서성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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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10 軍 박격포 사용 의혹…바고 지역서만 82명 이상 사망 미얀마 바고 지역에서 군부의 진압으로 하루 동안 82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단일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망한 경우로, 거의 모든 집이 초상을 치렀으며 군부가 시신을 산처럼 쌓아 놓은 탓에 시신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현지인들은 주장했다.
■ 2021.04.12 "700명밖에 안 죽었다, 천천히 해라" 중국·UN 향해 커지는 미얀마인 분노
한 미얀마 청년이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 유엔(UN)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미얀마인들의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현지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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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고 지역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진 이후, 미얀마 젊은 시위대는 유엔(UN)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시위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더 열심히 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SNS에서는 "70일간 700명밖에 안 죽었다, UN 천천히 하라"는 피켓을 든 한 청년의 사진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여전히 (죽을 수도 있는 사람) 수백만 명이 더 남아있다"는 반어적 표현도 썼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보호책임 원칙)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른 시위대가 나타났다.
R2P는 집단학살, 인종청소 등의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할 때 주권국가가 이를 막지 못하거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당사자일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미얀마 시위대는 두달째 '미얀마 사태에 R2P를 적용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유엔은 규탄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이상의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 2021.04.24 흘라잉, '미얀마 사태 논의' 아세안회의 참석
■ 2021.05.07 내전 치닫는 미얀마, 무장 시민군이 군·경 수십명 사살 사가잉 지역에서 발생한 시민군과 군·경의 교전에서 시민군이 군·경 병력을 16명 이상 사살했다. 같은 날 카친주에서는 카친독립군(KIA)과 충돌을 빚은 군경 병력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8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시민군과 KIA 측의 피해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 2021.05.09 미얀마 임정 ASEAN에 "군정과 협상 안한다" 민주화 세력 임시정부 격인 국가통합정부(NUG)는 군부와 대화를 권유하는 아세안(ASEAN) 측 요청에 대해 "군사 정권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아세안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과 임정 관계자들을 만나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2021.05.10 "저항은 심장에" 미얀마 저항 시인, 장기 사라진 채 사망
미얀마 저항 시인 켓 띠(45) [현지 매체 더친익스프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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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저항 시인 켓 띠(45)가 심문센터로 끌려간 지 하루 만에 장기 사라진 채 시신으로 돌아왔다. 켓 띠는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라는 시를 남겼다.
켓 띠의 사망을 포함해 10일 현재까지 군부의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780명, 체포 1540명으로 집계된다.(정치범지원협회·AAP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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