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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10신데 나 놀리는 거지?”… 손정민씨가 주점 아닌 한강으로 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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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민씨 어머니, 아들이 생전 친구 A씨와 나눈 카카오톡 공개 / “휴대전화 잠금 걸려 있지 않아… A가 그때 제게 전화했더라면…”

세계일보

실종된 고(故) 손정민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던 한강공원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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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손정민(22)씨는 실종되기 전날 친구 A씨 제안에 술을 마시기 위해 한강공원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손씨의 어머니 B씨가 아들 휴대전화에서 찾은 정민씨와 A씨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B씨는 정민씨 휴대전화(갤럭시S20)는 잠금 상태가 아니어서 누구나 전화를 걸 수가 있는데도 A씨가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이후 ‘아들을 찾아달라’는 가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엿새 만인 같은 달 30일 오후 3시50분쯤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민간 차종욱 구조사에 의해 발견됐다.

손씨 어머니 B씨는 4월25일 아들의 실종 당시, 같이 술을 마셨던 A씨가 왜 먼저 아들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았을까 답답했다고 한다.

정작 A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아이폰8)로 자신의 부모와 통화했다.

정민씨 부모는 아들의 실종 이후 A씨를 처음으로 만난 4월26일 A씨 가족이 전날(25일) 오전 3시30분쯤 자기들끼리 통화한 사실을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씨 어머니 B씨는 “(잠금이 걸려 있지 않아) 정민이 휴대전화 통화 목록만 열어봐도 가족 번호가 적힌 것을 여럿 볼 수 있었을 텐데, 왜 전화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아들의 실종 당일 한강공원 술자리에 불러낸 사람도 A씨였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정민씨와 A씨, 그리고 또 다른 친구 C씨가 술약속을 했지만 C씨가 컨디션 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B씨는 이날 술자리가 미리 약속된 게 아니라 일종의 ‘벙개’였다고 추측했다.

그는 “4월24일 밤 정민이와 친구 A씨, 그리고 C씨 등 3명이 처음부터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한 것은 아니다”면서 정민씨와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그대로 공개했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A씨는 24일 오후 9시39분 정민씨에게 ‘ㅋㅋㅋㅋ 오늘 안 되냐?’고 했고, 이에 정민씨는 ‘놀리는 거지. (오후) 10시 직전에’라고 답했다.

정민씨는 A씨에게 경고의 뜻의 ‘옐로카드’를 꺼내드는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상 영업제한으로 주점과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자 A씨는 ‘아니 마실 곳 없나’라고 다시 답했다. 결국 정민씨와 A씨는 밤 10시가 넘어 술을 마실 곳을 찾아 한강공원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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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고(故) 손정민씨 부친 손현씨에게 선물한 그림. 손현씨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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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9일 친구 A씨와 A씨의 부친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약 10시간에 걸쳐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의미한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전했다.

A씨는 정민씨의 실종 당일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들고 왔는데,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사건현장 인근 한강 심해까지 샅샅이 뒤진다는 계획이다.

일부 시민은 “그 휴대폰이 한강 속에 있을 것 같지 않는데 경찰이 헛다리 짚으며 시간만 허비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A씨와 A씨 가족이 휴대전화를 이미 ‘처리’했을 것이란 일종의 의혹,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A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의혹은 사건 당일 A씨가 신었던 신발을 가족이 버렸다고 경찰이 발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손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지난 9일 채널A ‘뉴스를 보다’에 출연해 “최소한 정민이를 찾으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할 게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A씨가) 우리 아들을 불러내 술을 먹었다든지, (새벽) 3시30분에 전화해 데리고 갈 수 있는데 안 데려간 점, 아니면 마지막 휴대전화가 바뀌거나 또 찾으러 올 때도 전화를 안 한 점 등 가장 기본적인 의혹을 빼놓더라도 최소한 우리 아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찾을 때까지 조력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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