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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도마뱀일까, 공룡일까”… ‘카뱅’ 상장 앞두고 은행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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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시중銀과 한판승부 불가피

카뱅, 3월말 장외거래 시총 33조8000억

5대 금융지주사 시총 규모 크게 웃돌아

예금·대출 비중 5대은행 10분의 1 못미쳐

직원 1인 생산성 2억3400만원… 최고 수준

‘카톡’ 바탕 간편 서비스 고속성장 원동력

“금융당국 안전성 강조해 변화 힘들었다”

기존 은행, 인터넷銀 영업방식 특혜 인식

인터넷銀 덩치 커진 만큼 규제 강화 예측

카뱅, 자본금 확충·플랫폼 고도화 등 변수

양측 경쟁 과정 생기는 고용문제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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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큰 도마뱀일까 아니면 아직 덜 자란 육식공룡일까. 카카오뱅크의 여·수신 규모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도마뱀 수준이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이미 공룡이다.

이르면 6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뱅크의 장외 거래 시가총액은 3월 말을 기준으로 33조8000억원이다. 이미 개별 5대 금융지주사의 시총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투자시장에는 카카오뱅크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경계론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한다. 기업공개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카카오뱅크의 상장과 함께,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경쟁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대출 비중은 1%, 생산성은 최고 수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출금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예수금(저축예금)은 23조5393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수금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302조5000억원, 가장 적은 농협은행도 260조644억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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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도 마찬가지다. 원화대출금은 카카오뱅크가 20조3113억원으로 역시 △국민은행 295조5000억원 △신한은행 248조8080억원 △우리은행 241조4000억원 등 5대 시중은행과는 격차가 크다.

당기순이익 면에서도 카카오뱅크는 1136억3600만원으로 △KB국민은행(2조2982억원) △신한은행(2조778억원) △하나은행(2조101억원)과는 약 20배의 격차가 있고, 우리은행(1조3630억원)이나 농협은행(1조3707억원)과 비교해 아직은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카카오뱅크가 시장에서 높은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다. 최근 쿠팡이 미국 시장에서 기업공개에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거래액과 순이익 면에서는 아직 뒤처져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생산성은 이미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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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직원은 827명으로 1인당 생산성(충당금 적립 전 이익 기준)은 2억3400만원이다. 시중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신한은행(1만4501명) 2억1900만원 △국민은행(1만6266명) 2억800만원 △하나은행(1만4837명) 2억5000만원 △우리은행(1만4837명) 1억5300만원이다.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차감한 이자이익을 뜻하는 순이자마진(NIM)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68%로 5대 시중은행을 이미 능가했다. 5대 은행의 NIM은 1.33∼1.65%다.

국내 지점 수 기준으로 따지면 카카오뱅크의 영업 실적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뱅크는 본사를 제외한 지점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은 적게는 600여개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점 없는 카카오뱅크의 고객수는 2017년 7월 출범 당시 100만명에서 올해 3월에는 1600만명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이 지점 대면 업무와 기업 미팅 등 치열한 영업을 통해 얻는 수익을 카카오뱅크는 비록 여·수신 규모는 작지만 모바일 비대면 영업만으로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도 금융지주사들이 카카오뱅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향후 경쟁을 위한 미래투자를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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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서비스로 인기… 메기 효과 일으켜

증권사들의 카카오뱅크 미래 전망은 ‘맑음’이다. 유안타증권의 정태주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를 통한 신규 자본 확보를 바탕으로 2022년 말까지 여신 5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이익은 2021년 2194억원, 2022년에는 365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여신 점유율은 1%를 조금 넘고, 자본은 타행의 10% 수준인데, 장기적으로 자본이 시중은행과 유사한 20조원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여신점유율도 지금의 10배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원화대출금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5.7%, 타 시중은행이 약 12%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고속 성장 원동력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돈의 흐름이 디지털화하는 데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의 힘과 ‘MZ세대’가 원하는 간편하고 빠른 서비스 등이 더해지며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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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인터넷은행은 은행 지점에 찾아가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던 기존의 관행을 깼고, 다양한 은행 계좌를 한꺼번에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영업 시작 당시부터 인기를 끌었다. 쉽게 이자 수익을 확인하거나 이체할 수 있도록 하고, 캐릭터를 앞세운 현금카드를 선보이는 등 MZ세대의 취향도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기존 금융사들은 인터넷은행의 영업 방식을 일종의 특혜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간 금융 당국이 금융서비스의 편리성보다는 안전성에 방점을 찍어 왔기 때문에 주요 금융사들은 한발 앞서 이런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어떤 사고가 나면, 금융 당국이 금융사에 책임을 묻고, 경영진이 징계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신규 서비스 도입이나 간편화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인터넷은행의 등장과 함께 뒤늦게 시중은행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등장 전에도 은행의 모바일 거래 시스템이 있었지만,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이체가 가능했고 해킹이나 피싱 사고를 막기 위해 고객은 보안카드를 항시 휴대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중은행 모바일 서비스도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 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고,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쉽게 이체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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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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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쟁 치열… 고용 문제도 이슈

금융권은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인터넷은행의 규모가 커진 만큼 금융 당국도 더욱 규제 고삐를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모기업인 카카오의 카카오톡 서비스가 수시간 중단됐듯이, 인터넷은행의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될 경우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성이 중요해지고 규제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기업공개 후 어떻게 자본금을 추가 확충할지도 지켜봐야 할 요소다. 카카오뱅크가 어떻게 플랫폼 고도화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금융 플랫폼으로의 성공적 전환 여부가 향후 카카오뱅크의 가치 제고에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인터넷은행이 기업금융 사업에 진출하고, 은행이 인터넷은행화할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별도의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젊은 세대에게 돈을 맡기고 대출을 할 수 있으면,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의 구별은 무의미해 보인다”며 변화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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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을지로 신사옥 전경. 케이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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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보다 한발 뒤처졌지만, 추가 자본금을 확보하고 가상화폐 이용자를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케이뱅크와 3호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토스뱅크가 가세하면 인터넷은행 간의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 금융서비스에 맞서는 전통 금융 기업의 전략도 관심거리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MZ세대를 잡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금융지주는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합하는 등 플랫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 경쟁과 함께 뒤따를 고용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적어도 지금까지 금융업에서는 디지털화가 신규 고용 창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간 시중은행은 디지털화에 맞춰 지점을 줄이고, 인력감축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 들어 금융 당국에 제동이 걸렸다.

인터넷은행이 자본금을 확충하고 세를 불린다고 해도 시중은행만큼 인력을 고용할 리는 만무하다. 반면 시중은행은 지점과 인력 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꾀해야 하는 만큼 고용 감소라는 문제를 놓고 당국과 업계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216개의 점포를 줄였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000명이 넘는 은행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은행권, 인터넷銀과 경쟁 대비 디지털화 총력

금융권의 올해 화두는 ‘디지털’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자사 플랫폼을 통합·고도화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살리고 이용자 경험을 높인 새로운 금융 애플리케이션 개발, e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해 MZ세대 잡기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인터넷은행과 맞서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KT, 한국IBM과 AI뱅커 개발 등 인공지능 혁신을 위한 삼각동맹을 체결했고 앞서 2일에는 그룹 통합 결제 플랫폼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새로 구축되는 플랫폼은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타 금융사 고객까지 이용 가능한 개방성이 특징이다. ‘우리 고객’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타 고객을 흡수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전통 금융사들은 어떻게 자사의 플랫폼을 ‘금융 놀이터’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에 빠져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각 계열사의 앱을 하나로 모아 플랫폼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직접 전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제2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를 열고 진행 상황을 챙길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아프리카TV와 ‘2021 NH농협은행 BJ 멸망전 시즌1’ 후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젊은이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BJ멸망전은 아프리카TV의 인기게임 BJ들이 참여하는 캐주얼 이스포츠 리그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1000원으로 투자 가능한 ‘잔돈 펀드’를 출시했다. 금융상품에 가입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또 모바일 은행 앱인 ‘하나원큐’에 20대 고객 특화 메인화면을 구성, 맞춤 상품과 이벤트를 노출하는 등 MZ세대를 겨냥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넥슨의 온라인 레이싱게임인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의 타이틀 스폰서십을 기념해 오는 15일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예측하고 선수 인기투표를 하는 이벤트를 열며 MZ세대에 다가가고 있다. 만 29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금리를 제공하는 ‘헤이영’은 대표적인 ‘젊은 상품’이다.

KB국민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샌드박스 게임단과 ‘리브 샌드박스’ 네이밍(이름) 스폰서십을 체결했고, 대학생과 새내기 직장인을 겨냥해 통장 1개를 4개처럼 쪼개 쓸 수 있는 디지털 기반 통장인 ‘KB마이핏 통장’을 판매 중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간편뱅킹 앱 리브는 MZ세대에 특화된 AI기반 금융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키겠다”며 “KB의 디지털 플랫폼들이 넘버원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고 강조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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