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나무껍질도 작가의 손 거치면 예술 작품… 압화의 매력이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북 영주시, 장미숙 압화공예 명인
한국일보

장미숙 압화공예 명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영주 지역에서 36년간 '압화'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전파시키고 있는 장미숙(58·초연플라워)씨가 최근 한국예술문화진흥회로부터 압화공예 명인인증을 받았다.

압화(pressed flower)란 식물체의 꽃과 잎, 줄기 등을 물리적으로 약품처리해 인공적 기술로 누름 건조시켜 만든 회화적인 느낌의 조형 예술이다. 쉽게 말하면 눌러서 말린꽃이다.

압화의 순우리말은 '꽃누르미'다. 어릴 적 노란 은행잎이나 빨간 단풍잎을 주워 교과서 갈피에 끼워 말린 후 동무에게 보내는 편지를 장식하거나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서를 쓸 때 쓰이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들은 예쁜 꽃잎이나 단풍잎을 서책 사이에 끼워 말려두었다가 늦가을 창호지 사이에 붙여 발랐고 명절 떡 위에 고명으로 얹기도 했다.

압화를 이용한 '꽃편지 쓰기'로 이목 집중

63년생인 장씨도 이런 분위기에서 유년을 보냈다.

"길을 가다가 유난히 고운 은행잎이나 빨간 단풍잎을 보면 주워와 두꺼운 책갈피에다 끼워 말리곤 했는데 그걸 깜박 잊고 함부로 책장을 넘기다 말린 잎이 바스러져 속상했던 기억도 있고, 고등학교 때는 매일 보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말린 꽃잎을 편지지에 붙여 보내기도 했지요."

이러한 명인의 아련한 추억은 지역축제인 소백산철쭉제, 영주풍기인삼축제, 한국선비문화축제 때 압화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빛을 발한다. 바로 압화를 이용한 '꽃편지 쓰기'다.

축제에 참가한 이들이 선비촌 고가 툇마루에 햇살을 등지고 앉아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 후 알록달록 색 고운 압화를 편지지 가장자리에 붙여 장식하는 것이다.

압화는 흔히들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나 명함케이스, 차받침, 수저받침 등 소품에 활용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쓰임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지난해 말 경북도청 초대전 '풀꽃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출품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회화성 물씬 풍기는 풍경 액자도 있지만 탁자, 서랍장, 장식장, 화장대 등 가구가 대부분이다.

"나무껍질도 작가의 손 거치면 작품"

명인은 지난해 한국프레스플라워협회 후원으로 네 번째 압화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풍경을 압화로 담은 액자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송재진 갤러리 즈음 관장은 "작가가 학창시절 그림을 그려선지 공예라기보다 회화작품으로 느껴진다. 마른 낙엽, 고사한 나무껍질도 작가의 손을 거치면 마술처럼 근사한 작품이 된다"고 평했다.

최근 명인은 압화제작보다 압화를 알리는 후진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는 명인에게 압화를 배운 현정인, 옥선미, 이혜진 등이 우수상, 장려상, 특선 등 대거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압화공모전에 회원들이 수상을 하면 그것보다 기쁜 일이 없다”며 활짝 웃는 얼굴이 꽃보다 환하다.

명인은 고양세계압화공모전 최우수상(2009), 대한민국압화대전 최우수상(2006)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거쳐 대한민국공예공모전, 대한민국압화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그동안 개인전 6회, 단체전 230회를 열었고, 공저로 압화디자인원론을 썼다. 현재 한국프레스플라워협회 부이사장, 영주미술협회원, 영주공예협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