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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감정노동자 우울장애, 일반 노동자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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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공공부문 종사자 405명 실태조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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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장애 28%·골격질환 13%
신체 폭력 당한 경험도 6%나

“폭언에도 화를 내선 안 된다”
친절 강요가 가장 큰 어려움

서울의 한 동주민센터에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말 악성 민원인에게 욕설 등 심한 폭언을 들은 뒤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원이 불가능한 업무를 요구하는 민원인에게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민원인은 “잡일이나 하는 주제에…”라며 40분 가까이 화를 내다 돌아갔다. A씨는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계속 화가 나는 건 악성 민원인인데도 ‘막말하지 말라’는 말도 못하고 계속 ‘죄송하다’고 해야 했던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정기인사 때 민원인 대면업무가 적은 부서로 이동할 예정이다.

서울 강동구가 지난해 8~11월 관내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40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감정노동자의 6%가 우울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정노동자의 5%는 급성스트레스장애를, 2%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조사(2016년) 기준 주요 우울장애(1.5%), 외상후스트레스장애(0.5%), 범불안장애(0.4%)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감정노동자의 28%는 소화장애를 앓고 있으며, 근골격계질환을 가진 노동자도 13%로 집계됐다.

또 감정노동자 2명 중 1명은 하루 일과의 거의 모든 시간(45.9%)을 고객 응대업무에 할애하고 있었다. 감정노동자가 고객에게 받는 정신적·성적 폭력은 남녀 모두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6%는 신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친절을 강요당하는 감정노동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외부의 요구와 규제 때문에 웃는 얼굴로 끝까지 응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강동구는 이번 용역결과를 토대로 올해 7월 중 ‘강동구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가이드라인’을 수립, 책자로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노동자·필수노동자·이동노동자·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감정노동자를 업무별로 세분화해 각각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주요 민원부서의 행정전화를 기존 선택녹음에서 자동녹음으로 변경, 민원인의 각종 폭언·욕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청 내 심리상담실을 운영하고, 강동·송파·강남구에 위치한 18개 외부 전문상담기관 이용도 지원한다. 1인당 최대 20만원의 정신건강검진기관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구는 또 감정노동자 ‘안식휴가제’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강동구는 2019년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안식휴가제를 실시해왔으며,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한 어린이집 5년 이상 재직 교사를 대상으로 5일의 유급휴가 및 대체인력을 제공하는 안식휴가제를 실시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응대업무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현황 파악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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