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반정부 시위에서 사망한 이한열 군의 영결식장에서 한풀이 춤을 추는 고(故)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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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춤으로 저항하고 영혼을 달랬던 이애주(서울대 명예교수,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씨가 10일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 이어 같은 해 7월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에서 넋을 달래는 춤을 췄다. 이렇게 ‘민주화 춤꾼’ ‘시국춤’의 상징이 됐다.
장광열 춤 비평가는 “당시 냉혹한 현실을 현장에서 고발하고 비판한 예술가의 전형으로서 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바로 보여줬다”면서 “고인이 ‘바람맞이 춤’이라 불렀던 시국춤은 전통적 요소를 고수하고 활용해 불의에 저항하고 넋을 위로했다”고 했다. 시국춤에 이 같은 이름을 붙인 이유를 고인은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이 따라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70년대부터 대학가에서 문화운동가들과 함께 춤을 췄다. 이 인연으로 87년 민주화 항쟁에서도 후배들의 초청으로 ‘바람맞이 춤’을 췄다.
예술가로서 고인은 전통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에 전념했다. 전통춤의 원류인 한성준(1874∼1941)의 제자 한영숙(1920∼89)의 맥을 이었다. 5세에 춤을 시작해 69년 한영숙의 첫 제자로 들어가 승무, 살풀이, 태평무를 배웠고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로 지정됐다. 그해부터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13년 정년 퇴직과 함께 명예교수가 됐고, 2019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희 평론가는 “최근 7~8년 동안은 태평무를 재구성해 고통에서 다시 살아나는 춤을 많이 추고 전승하셨다”며 “늘 전통과 현재를 연결시키는 고민을 하시면서 누구보다 전통을 지키려 했고, 전통에서 춤의 핵심을 찾아 제자를 기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장광열 비평가 또한 “전통을 전승하면서 그 전통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빈소는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유족은 언니 이애령(재미), 동생 이애경(무용가), 제부 임진택(연출가)이 있다. 02-2072-2010.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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