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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저소득층에 더 가혹한 코로나… 소득격차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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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가구소득 영향 보고서

2020년 2∼4분기 하위 20% 소득 17%↓

상위 20%는 1.5%↓… 불평등 심화

대면직 ‘저소득 워킹맘’ 큰 타격

세계일보

가정의 생계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여성인 A(40)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친구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의류 매장에서 일했던 A씨는 코로나19로 가게 손님이 줄어들자 격일로 출근하게 됐다. 매출이 줄어들어 이전의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A씨는 “매장 특성상 비대면 운영이 어려운 가게라 방문 손님에 따라 매출이 차이가 난다”며 “코로나로 매장 손님이 확 줄어들면서 (저를 포함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의 임금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폭이 중·고소득층보다 더 커 불평등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면직에 종사하는 ‘저소득 워킹맘’ 가구의 소득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분기 평균 소득 감소율은 2019년 같은 분기 대비 17.1%로 나타났다. 2분위(5.6%), 3분위(3.3%), 4분위(2.7%), 5분위(1.5%) 등 다른 중·고소득층보다 감소율이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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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석 대상은 가계동향조사 미시자료상 전국 2인 이상 비농림어업가구 중 1만2138가구로, 소득에서 재난지원금 등 사회수혜금과 생활비 보조 등 사적 이전소득은 제외됐다. 사회수혜금이 코로나19의 소득 영향에 과소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한은의 설명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하면서, 하위 10% 가구 소득 대비 중위(가운데값) 소득의 배율은 2019년 2∼4분기 평균 5.1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5.9까지 뛰었다. 1분위 수득 감소분을 고용과 소득 요인으로 분석하면 36.2%가 실업 등 고용 충격에, 63.8%가 취업자의 소득 수준 저하 충격에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분위 핵심노동 연령층(30~54세) 가구만 따지면 고용 충격의 기여도는 46.3%까지 커졌다.

고용 충격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2~4분기 소득 1분위 중 비취업 가구의 비중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7%포인트 커졌다. 소득 충격도 저소득층에 집중돼, 같은 기간 1분위 취업 가구의 소득감소율은 15.6%로 나타났다. 이는 2~4분위(-3.3%), 5분위(-1.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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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핵심노동 연령층 가구를 남성·무자녀, 남성·유자녀, 여성·무자녀, 여성·유자녀 등 4개 그룹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유자녀 가구가 코로나19의 고용충격과 소득충격에 모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1분위의 핵심노동연령층 취업가구 중 고대면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유자녀 가구의 소득이 23.1% 감소해 다른 그룹보다 감소폭이 컸다.

한은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 대해 “주로 저소득층에서 가구주·배우자 일자리의 대면접촉 정도가 높은 ‘고(高)대면 일자리 가구’ 중 고용 상태가 불안한 임시 일용직, 육아부담이 큰 ‘유자녀 여성가구’ 가구주의 실직과 소득 감소가 뚜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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