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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fn사설] 심판받은 文 부동산 정책, 왜 기조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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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맞고 정신이 번쩍”
정부 시장 간섭 손 떼길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f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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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기 금지 등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래야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곧바로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리둥절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은 번쩍 들었지만 문제가 된 행동 자체는 바꾸지 않겠다고 우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과연 이런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에게 부동산은 아킬레스건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1.7)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처음 머리를 숙였다. 4·7 보선이 끝난 뒤엔 수석보좌관 회의(4.19)에서 "국민의 질책을 쓴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죽비' 발언은 '쓴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 임기는 꼭 1년 남았다. 그러니 지금 기조를 바꾸면 정책이 더 뒤죽박죽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릇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문 정부 4년간 집값은 역대 정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임대차 3법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상승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임기가 1년이 아니라 단 1개월이 남았어도 심각한 정책 오류는 손을 대는 게 옳다.

시장은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는다. 신뢰의 위기다. 정부가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정책은 시효를 다했다. 공시가격 산정, 재건축 승인 권한 등은 지자체에 넘기길 권한다. 대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균형발전 등 국토개발의 큰 틀을 세우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서울 집값 잡겠다고 수도권에 줄줄이 신도시를 세웠더니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산다. 사람이 몰리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인구가 빠져나가야 집값이 안정된다. 균형발전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큰 정책이야말로 청와대와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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