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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김정은 시대' 북한의 농업 정책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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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북한연구자]
유기농업과 고리형 순환생산체계 확립 : [10] 유기농법 장려,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확립할 데 대한 당의 방침 관철(2-④)

넷째, 지력 향상과 유기농,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에 관한 과제들이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며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농법이다. 유기농법을 장려하려면 유기질비료를 많이 생산해야 하고 다양한 미량원소비료(아연비료, 붕소비료 등)를 사용해야 한다.

유기질비료로는 요소, 석회질소, 퇴구비(堆廏肥, 가축의 분뇨와 볏집 따위를 腐熟하여 만든 퇴비), 녹비(綠肥, 생풀이나 생잎으로 만든, 충분히 썩지 않은 거름), 식물성 유박류(油粕類, 식물의 종실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류), 어박류(魚粕類, 기름을 짜고 남은 물고기의 찌꺼기), 어분(骨粉, 생선을 찌거나 말려서 만든 가루) 등이 있다.

북한에서는 수확고를 높이기 위해 협동농장마다 정보당 20~30톤 이상의 질 좋은 거름을 투입하도록 장려해왔다. 공장‧기업소들이나 도시민들이 농촌에 거름을 지원하는 차량행렬의 사진이 <로동신문> 등에 간간이 보도되는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사회 전체가 농사의 지원에 나서는데 농사철(모내기‧추수)에는 노동력 지원에 집중하고 그 밖의 기간에는 거름 공급에 주력한다.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는 농산‧축산‧과수‧잠업 등 각 부문별 생산물‧배출물을 서로 다른 부문의 비료로 활용해 생산을 함께 높이는 방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4년 2월 6일 전국농업부문분조장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농산과 축산의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확립하면 축산물 생산을 늘일 수 있어서 좋고 집짐승배설물로 질 좋은 거름을 생산하여 알곡 수확고를 높일 수 있어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협동농장들에서는 농산과 축산의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확립할 대 대한 당의 방침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철저히 관철하여 축산을 활성화하고 알곡생산을 늘이도록 하여야 합니다"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북한에서는 농축산 결합형 농사뿐 아니라 임농복합경영(산림토지에 나무와 농작물‧약초‧산나물 등 함께 재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임농복합경영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고 그에 따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력 향상과 저(低)수확지의 옥토(沃土) 프로젝트 : [11] 지력(地力)의 결정적 향상(6-③), 영농기 전 저(低)수확지를 옥토로 만드는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전개(6-⑤)

지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종자와 선진영농방법을 받아들여도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북한 농정당국의 생각이다(<로동신문>, 2020년 11월 23일). 지력 향상의 방법에는 거름 및 영양액(유기물 혼합발효액) 살포, 객토, 간작(間作, 격년제로 다른 작물 심기) 등이 있다. 질 좋은 거름을 많이 생산하는 것은 농사채비에서 매우 중요하다.

프레시안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해 11월 23일 제8차 노동당 대회가 열리는 내년 농사 성과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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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농작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비료에 많이 의존해왔는데 질소비료의 과다사용 시에 농작물이 죽거나 토양 산성화,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토양 산성화는 비료에 들어 있는 황산암모늄‧과인산석회‧황산칼륨 등에서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질소‧인산‧칼륨을 이용하고 나면 황산이 남아 흙이 산성으로 변하는 것이다. 산성화된 토양에는 흙이나 석회를 뿌려 중화시키거나 객토(客土, 다른 곳의 영양분이 많은 흙이나 토질이 다른 흙을 파서 논밭에 옮겨 깔아주는 것. 북한에서는 '흙깔이'라 한다)작업이 필요하다.

1970~80년대 이래 북한에서 '흙깔이전투'를 대대적으로 전개해온 것은 지력 향상을 위해서였다. 모든 협동농장들에서 지력 향상 작업에 전체 농장원들이 참여한다. 북한의 보도를 보면 근년에 들어서는 거름 및 영양액 살포와 간작에 더 주력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북한 협동농장들에서는 전년도 저(低)수확지를 영농기 전에 옥토(沃土)로 만드는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행하고 있다. 전년도 저수확지에서 당해 연도에 고수확의 길을 열어놓기 위한 조치다. 농정당국의 이 방침은 도-군-리(협동농장)로 하달된다. 전반적인 토지관리는 내각 농업성 농산국과 토지감독국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구역상 리(里) 단위에 있는 협동농장들은 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도(道)농촌경리위원회-농업성의 정책적‧실무적 지도를 받는다. 그 뿐 아니라 각급 행정경제기관인 군(郡)인민위원회-도(道)인민위원회의 정책적 지도, 각급 당위원회의 당적 지도를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협동농장들은 세 라인의 지도를 받고 있지만 지력 향상과 저수확지의 옥토 만들기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협동농장의 농산작업반과 실제 농사를 짓는 분조들의 동원에 달려 있다.

분조 농민들은 미래가치와 관련된 지력 향상이나 저수확지의 옥토 만들기에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하기보다는 당해 연도에 생산목표량에 도달할 수 있는 농경지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생산량에서 국가수매량을 납입한 나머지 몫의 현물분배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농업지도기관들은 농업근로자들로 하여금 지력 향상과 저수확지의 옥토 만들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려고 애쓰며 이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 높이기 : [12]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의 본격적 실행(빠른 기간에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 60~70% 수준)(2-⑧), 협동농장에서 농기계 가동률 제고, 영농공정의 기계화 실행(2-⑩),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 제고(3-③),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 제고(4-⑤), 농촌경리의 수리화‧기계화(5-③)

다섯째, 농산작업의 기계화에 관한 과제들이다.

농산작업의 기계화는 김일성 수상이 1964년 2월 25일에 발표한 '사회주의농촌테제'와 관련이 있다. 당시 농촌기술혁명의 기본과업으로 수리화‧기계화‧전기화‧화학화 등 4화(化)가 제시됐다. 트랙터, 트럭, 모내는 기계, 탈곡기 등은 협동농장들의 기계화 영농에 필수적이었다.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60~70% 수준에 도달하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목표다.

북부지역의 농촌 풍경을 촬영한 사진에서 자주 보이듯이 역우(役牛, 부림소)를 이용한 밭갈이가 많다. 황해남북도의 연백평야‧재령평야, 평안남북도의 정주평야‧안주평야‧박천평양‧용천평야 등의 대규모 경작지에서는 농기계에 의한 종합적 기계화가 자리를 잡았으나 동북부 산간지역은 역우 이용률이 여전히 높다.

농산작업의 기계화는 양 측면이 있다. 하나는 뜨락또르공장‧농기계공장‧농기계부속품공장들의 생산과 보급능력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협동농장에서 농기계 가동률을 높이는 측면이다.

뜨락또르공장의 생산능력 확장의 사례를 하나 꼽는다면 금성뜨락또르공장의 개건현대화 사업이 있다.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은퇴 전이던 2020년 11월에 금성뜨락또르공장에서 현지협의회를 열고 트랙터 성능을 높이는 기술개건의 촉진, 생산 공정의 개선 등을 논의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11월 7일).

그는 2020년 5월에 해주뜨락또르부속품공장, 해주농기계공장 등 황해남도 안의 여러 부문 사업현장을 방문했다. 해주뜨락또르부속품공장에서 현존 생산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제품의 질을 부단히 높이고 필요한 부속품들을 원만히 생산해 보장할 것을 지시했다. 해주농기계공장에서는 개건 현대화의 정형을 요해하고 농기계 생산에서 국산화 비중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5월 25일).

농기계공장들의 생산 공정의 개선과 국산화 비중의 제고가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국산화 비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농기계 생산을 위한 기계 설비를 수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농기계공장 현대화, 부속품 생산 증대 : [13] 농기계공장 설비와 생산 공정의 현대적 개건, 능률 높은 농기계와 부속품의 대대적 생산(2-⑨), 트랙터와 농기계 생산단위들의 물질기술적 토대 구비사업의 계획적 추진(6-⑥)

뜨락또르공장‧농기계공장‧농기계부속품공장들의 생산과 보급 능력을 높이는 과제에서 능률 높은 농기계와 부속품의 생산에 초점을 맞춰지고 있다. 트랙터와 농기계 생산단위들의 물질기술적 토대는 금속공업‧기계공업과 연계되어 있다. 북한 경제당국으로서는 산업기계류를 상당 기간 수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금속공업‧기계공업의 국산화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협동농장들에서 농기계 가동률을 높이려면 기계화작업반의 활동을 더 넓혀야 한다. 포전담당책임제에서는 1개 분조를 3~5명으로 줄였고 적은 인원은 기계화영농에는 불리하다. 협동농장 기계화작업반들이 각 분조들의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작업을 더 활발하게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협동농장들에서 농기계 사용료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했다가는 분조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비료‧농약‧박막 사용은 숫자로 확인되지만 농기계는 사용시간과 면적, 연료사용량 등 세부규정에 따라 잘 기록해둬야 기계화작업반의 분배 몫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분조원들이 그 계산에 납득해야 한다. 각 분조들과 작업반들에서 '노력일(노동일)평가'를 정확히 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노력일 평가에서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세부 계산표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축산기지 현대화, 가축 사양관리의 과학화 : [14] 집짐승종자와 먹이문제 해결, 사양관리의 과학화, 수의방역 대책의 확립(2-⑤), 집짐승사양관리의 과학화(3-⑤), 닭공장‧돼지공장을 비롯한 축산기지들의 현대적 신설‧개건(3-④)

여섯째, 축산업‧과수업에 관한 과제들이다.

축산업 발전은 북한 인민들의 단백질 공급에서 더 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돼지고기‧닭고기 등의 축산물 공급량이 늘어나면 알곡 소비량은 그에 반비례하여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이전보다 축산업 발전에 노력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축산업에서는 옥수수 사료가 많이 필요한데 사료가 알곡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축산업에서는 우수한 가축종자(종축)의 확보와 돼지‧닭 등의 먹이문제의 해결이 중시된다. 가축들의 번식을 위해서는 사양(飼養, 알맞은 영양소를 공급해 가축이 잘 자라고 생산을 잘하도록 하는 것)관리를 과학화하는 한편, 수의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지역의 가축은 살(殺)처분하게 된다. 북한에서는 축산업의 상당 부분을 국영농장들과 군부대 농장들이 담당하고 있다. 협동농장들이 이들로부터 종축 등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풀먹는 가축' 중시, 농촌세대의 개인축산 발전 : [15] 풀먹는 집짐승기르기의 군중적 운동 전개,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과 농촌세대들의 개인축산 발전, 축산 열풍 전개(2-⑥), 풀먹는 집짐승기르기의 군중적 추진(3-⑥)

북한에서는 사료가 필요 없는 '풀먹는 가축'(소, 염소, 양, 토끼 등) 기르기에 집중하고 있다. 풀먹는 집짐승 기르기가 군중적 운동으로 전개된 지는 30여 년이 넘었다. 오늘날에도 이 운동은 지속되고 있다. 모든 협동농장의 축산작업반이 공동축산으로 돼지‧염소 등을 사육하며 풀판 조성을 위해 방목지를 조성해오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방목지인 세포지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강원도 세포군‧평강군‧이천군 일대 고원지대 '세포등판'에 만들어졌다. 세포지구는 약 5만 정보(495㎢)의 축산기지이다.

세포지구 공사는 2012년 9월에 시작되어 2017년 10월에 종료됐다. 세포지구는 목초지와 방풍림, 밭, 저수지, 축사와 방역시설, 메탄가스 처리시설, 사료공장, 육가공공장, 주택단지, 학교, 휴양소 등을 갖추고 있다. 세포지구 외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대표 목장은 운곡지구종합목장, 대동강돼지공장, 7월18일 소목장 등이었다.

그는 2019년 신년사에서 축산업 발전의 4대 고리인 종자문제 해결, 먹이문제 해결, 가축사양관리의 과학화와 합리화, 수의방역사업 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협동농장에서의 공동축산과 개인부업축산의 장려에 의한 고기‧알 공급 증대를 지시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농촌세대들의 '개인부업축산'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개인부업축산은 포전담당책임제 하에서 더욱 확대된 것으로 관측된다. 농민들은 개인부업축산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다.

과수업의 집약화‧과학화, 남새‧버섯생산 증대 : [16] 축산업과 과수업 등의 새로운 전환(4-⑦), 농산과 축산‧과수 발전(5-②), 축산물과 남새‧과일‧공예작물 생산 증대(6-⑨), 과수업의 집약화‧과학화 수준 제고, 과일생산 증대, 전국 도처에 건설한 남새온실과 버섯공장에서의 생산 정상화(2-⑦)

북한에서는 과수업의 생산 증대와 집약화‧과학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대표적인 과수농장은 고산과수농장, 대동강과수종합농장, 과일군(황해남도) 등이었다. 남새농장으로는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평양시 사동구역), 온포온실농장(함경북도 경성군) 등이 대표적이고, 버섯공장이로는 보성버섯공장, 평양버섯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들은 모두 '현지지도 단위'이다.

[유영구 북한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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