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부분이 학생들
정부, 탈레반 ‘배후’ 지목
탈레반은 “IS 소행” 발뺌
미군 철수 후엔 테러 늘 듯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학교 인근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학생을 포함한 수십명이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보안관’ 역할을 해오던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에 의한 현지 테러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8일(현지시간) 카불의 사예드울슈하다 고등학교 인근에 주차된 차량 한 대가 폭발하고, 인근 다른 지점에서 폭탄이 두 차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내무부는 이번 테러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지 카마프레스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58명, 15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의 한 학교 앞 차량 폭탄 테러 현장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이번 폭탄테러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친 가운데 희생자 대부분은 학생들로 알려졌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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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피로 물든 도로에 학생들의 가방과 책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구급차가 사상자들을 옮겼다. 아프간 당국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상으로 번갈아 3부제 수업을 하고 있으며 사상자 대부분은 수업을 듣고 귀가하던 여학생들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주동 세력으로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을 지목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번 범행이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며 자신들의 테러 혐의를 부인했다. 실제 폭발 사고는 수년간 IS의 공격에 직면했던 시아파 무슬림 지역에서 발생했다.
아프간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미군 철수 완료 시점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약속한 5월1일에서 9월11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지난 4월 이후 탈레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이번 테러도 미군이 철군에 돌입한 지 8일째 되는 날 발생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아프간 동부 쿠나르 지역에서 어린이와 아프간 정부군 등 16명이 부상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발표 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에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부터 7일간 아프간 친정부 세력 140명과 시민 44명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평화협상도 교착상태다. 바이든 정부가 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철군 종료일을 늦추자 탈레반은 “모든 외국군이 철군을 마칠 때까지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으로부터 탈레반과의 공동·과도 정부 설립을 제안받은 아프간 정부도 “선거를 통해 권력이 이양돼야 한다”며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테러가 여학생 표적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해 현지 여성들의 인권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탈레반은 1995년 아프간을 점령한 뒤 여성들에게 부르카(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제하고 사회활동을 금지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카불 학교 근처에서 발생한 야만적인 공격을 규탄한다”면서도 “아프간 사람들을 계속해서 지원하겠다”며 기존 약속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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