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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원칙을 안 지키면 앞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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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기자]

충청일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연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아니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두관 의원도 이날 경선 연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5·2 전당대회로 민주당 새 지도부가 꾸려진 뒤 후발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본격 제기되는 모양새다.

또 다시 당헌 뜯어고칠 것인가

이재명 경기지사 쪽은 당헌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 쪽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거나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 후보자를 대선 180일 전까지 선출해야 하며,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늦어도 올해 9월 초순에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경선을 연기하기 위해선 또 다시 당헌 당규를 뜯어고쳐야 한다.

정치는 생물(生物)이어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조건에 동의하더라도, 또 정당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집권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들은 영 마뜩찮아 보인다.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후보 내지 않는다'는 당헌 당규를 당원들을 동원시켜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결과물은 어땠나. 참패였다. 국민의 믿음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지 못한 오만함 때문이었다.

정치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원칙은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정치에 국민은 신뢰를 주지 않는다.

제발 초심으로 돌아가라

민주당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 믿을 수 있는 후보를 내고 싶어하는 것은 어느 정당이나 같다. 둘 사이의 교집합 영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컨벤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선출하는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상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봐야할 이 시점에 또 다시 당헌 당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말들이 돌출되고 있는 것은, 또 그것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물론 당헌 당규 뿐만아니라, 헌법조차도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고칠 수 있다.

아니 고쳐야만 한다.

그것이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국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에겐 지난 재보선에서 저지른 '과오'가 있다.

진보진영의 맏형으로 도덕률을 어긴 전력이 있다. 그것을 씻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정한 약속과 규칙은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친문과 비문을 가를 필요도 없다. 약속된 바를 지키고자 하는 꿋꿋한 발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국민의 믿음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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